[S리포트⑧] 삼성증권, 주전산시스템 메인프레임에서 리눅스로 전환…어떤 의미?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 증권업계의 마지막 메인프레임 운영사였던 삼성증권이 주전산시스템을 리눅스(Linux) 기반의 x86 오픈환경으로 전환한다.
삼성증권은 오는 29일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사업을 통해 리눅스 기반의 오픈환경으로 주전산시스템을 전환, 오픈한다. 이를 위해 27일 07시부터 29일 00시 10분까지 시스템 전환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증권업계의 주전산시스템에서 메인프레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메인프레임에서 리눅스로 계정계 전환 = 삼성증권은 이번 사업을 통해 운영계, HA, 테스트계, 개발계, DR시스템 등을 전면 개편한다. 또 리눅스로 전환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해서는 모두 전환한다. 이를 위해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와 제이보스 미들웨어 등을 채택했다.
이 기간 동안 ▲사이버증권계좌 입·출금, ▲자금이체서비스 사이버증권카드 자동화기기(CD/ATM/365) 입·출금, 조회서비스 ▲우리삼성CMA보탬통장 입·출금 일체 ▲삼성증권과 연계된 모든 서비스가 중단된다.
삼성증권의 주전산시스템 전환 사업은 항상 업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 1999년 첫 차세대시스템 도입 이후 삼성증권은 2007년 증권사 최초의 2기 차세대시스템을 오픈했다. 그리고 자본시장법 이후 2013년에는 3세대 IT시스템을 삼성증권이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3년, 3세대 IT시스템의 경우 삼성증권은 오픈환경으로의 전환 열풍에 따라 대부분의 금융사가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주전산시스템을 갈아타던 것과 달리 유닉스에서 다시 메인프레임을 선택하는 의외의 결정을 보여줬다. 메인프레임으로 회귀하는 것은 당시의 트랜드에 비춰봤을때 매우 이레적인 것이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증권업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었다. 주전산, DBMS 서버 등 핵심 영역에만 메인프레임을 적용하고 기타 업무는 유닉스를 혼용하는 구조였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매매체결 등 애플리케이션 서버는 유닉스로, DB서버는 메인프레임에서 운용됐다. 성능 및 계약 이슈가 불거지면서 메인프레임-유닉스 혼용 구조가 제기됐고 때문에 차세대시스템 오픈 일정도 한차례 변경되기도 했다.
당시 메인프레임 회귀에 앞서 삼성증권은 2011년 한국IBM과 2018년까지 7년간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s)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OIO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삼성증권은 이제 4세대 IT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셈이다.
이번에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을 하는 삼성증권은 M2L(Mainframe to Linux) 사업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주전산시스템 체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를 건너뛰고 곧바로 리눅스로 시스템을 전환한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리눅스 시스템의 채택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한국거래소(KRX)가 리눅스 기반의 차세대 거래시스템 ‘액센추어 플러스’를 오픈한 이후 증권업계의 리눅스 전환은 일반화된 상황이다.
또한 많은 증권사들의 정보계 쪽에는 리눅스시스템을 상당수 도입한 상황이다. 다만 원장을 포함하는 계정계시스템의 리눅스 전환은 드문 일이다. 증권업계에선 신한금융투자가 리눅스 계정계시스템을 오픈했으며 이번에 삼성증권이 그 뒤를 잇는다.
마지막 남은 메인프레임 고객이었다는 점, 메인프레임에서 바로 리눅스로 전환했다는 점과 계정계까지 리눅스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삼성증권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
현재 국내 메인프레임 고객사는 몇 남지 않았다. 증권업계의 경우 현대증권이 텐덤 기반의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다 2013년 유닉스로 전환하면서 삼성증권이 마지막이 됐다. 은행권에선 우리은행이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주전산시스템을 변경하는 차세대시스템을 오는 2월 오픈한다.
교보생명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하는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현재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속적으로 차세대시스템 구축 논의가 불거지고 있지만 아직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며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본사의 글로벌 IT환경의 표준화 정책에 따라 현 메인프레임 환경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제 계정계로 확산되는 리눅스 = 삼성증권의 x86기반 리눅스시스템의 주전산시스템 채택은 국내 대형 증권사 중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2번째다. 하나금융투자, 현대증권 등 리눅스 기반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있어왔지만 대부분 정보계시스템에 적용됐다.
코스콤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의 엑스추어 플러스 오픈 이후 증권사들의 리눅스 채택이 늘어나긴 했지만 계정계 시스템에 리눅스 구축은 답보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계정계 시스템에 리눅스가 도입되기 어려운 것은 생태계 문제 탓이다. 원장 시스템에 리눅스가 성공적으로 도입되더라도 다른 연관 업무는 물론 대외 채널까지 포함한 리눅스 시스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아직 국내 금융권 리눅스 생태계가 많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사에 가장 중요한 매매체결에 있어서 리눅스의 안정성이 검증되면서 증권사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삼성증권까지 대형 증권사들의 리눅스 계정계 시스템 채택이 이어지면서 향후 증권사 차세대시스템에 리눅스 계정계 시스템은 주요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계정계 시스템에 리눅스 채택이 소수에 불과하지만 채택율이 어느 일정 수준에 오르게된다면 증권업계 전반에 걸친 큰 확장이 예상된다.
특히 x86기반의 리눅스 환경의 IT시스템 구성은 향후 클라우드 환경 전환과도 밀접한 연결고리가 있기때문에 단순한 하드웨어의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
이와함께 리눅스 기반의 오픈시스템은 디지털 금융 시대의 증권사들의 디지털 전략 구현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비대면채널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데이터를 다룰 것인지 고민에 빠져있다. 최근 KB증권 역시 이러한 고민에서 현재 컨설팅 사업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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