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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호 한국블록체인학회장, “가상화폐 규제는 현대판 적기조례”

신현석
인호 한국블록체인학회장 (사진=추경호 의원실)
인호 한국블록체인학회장 (사진=추경호 의원실)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19세기 영국에서 증기자동차가 개발되고 실용화됐다. 당시로선 놀랄만한 발명이었다. 증기자동차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마부들이 증기자동차 보급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데모를 했다. 결국 영국은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차 앞에 빨간 깃발을 세우고, 증기자동차를 느리게 운행하도록 규제했다. 전 세계 최초의 교통법, ‘적기 조례’다.

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상화폐(암호화폐, 가상통화) 제도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인호 한국블록체인학회장<사진>은 “적기조례를 통해 영국 내에서 증기자동차가 경쟁력을 잃고 결국 독일, 미국에 산업 자체가 넘어갔으며, 제조업 자체도 붕괴되는 현상이 일어났다”며 “우리나라가 ICO(가상화폐공개)를 금지하고 거래소를 폐쇄하려 하는 것이 이러한 적기 조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토론회는 자유한국당 가상화폐 대책 TF(위원장 추경호)가 주최했으며, 이날 인호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은 이 자리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인호 학회장은 블록체인의 개념과 의미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블록체인을 키우고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명확한 개념 정립이 안 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누구나 서버에서 거래 장부를 볼 수 있는 개방형 블록체인은 반드시 암호화폐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채굴가한테 인센티브가 주어져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다”며 “반면, 폐쇄형 블록체인은 은행들이 자기네 서버와 다른 은행 간에 연결을 한다. 그렇기에 은행들이 서버 운영비를 대기에 사실 가상화폐가 필요 없게 된다. 그렇지만, 은행들이 그 수수료를 대신 유저에게 받는다. 수수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말하는 가상화폐 없이 블록체인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은 폐쇄형 블록체인에 해당한다. 기존의 중앙 서버나 여러 회사들을 가운데 두고, 블록체인을 움직이겠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수수료가 많이 떨어질 수가 없다. 결국 그것은 약간의 진화에 해당된다. 은행과 같은 미들맨 없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개방형 블록체인이야 말로 레볼루션, 즉 개혁에 가깝다. 최대한 유저들에 장점을 주려면, 이 개방형 블록체인을 허용하고 키워나가야 한다. 암호화폐 없이는 개방형 블록체인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스마트 계약’으로 인해 향후 부동산 거래, 보험 계약 등 모든 면에서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계약에 대해 그는 “우리가 부동산 거래를 할 때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을 정의하고 부동산 등기가 전자적으로 넘어가는 부분을 계약서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라며 “계약의 양자가 합의하면 프로그램 자체를 블록체인에 올려놓는 것이다. 날짜 금액을 바꿀 수 없으며, 그 계약대로 실행하게 돼, 결국 공인중개사가 중간에 끼지 않아도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진행된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의 개인과 개인, 기업과 기업의 계약 등이 블록체인 위에서 신뢰성 있게 처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스마트 계약이 암호화폐 중 하나인 이더리움 기반의 플랫폼 하에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계약이 현실적으로 통용되면, 이제 더 이상 기존 건물에 입주하는 방식의 창업은 불필요한 것이 된다.

그는 “블록체닝 위에서 회사가 하는 모든 기능이 돌아가는 세계가 온다. 사장과 직원 없이 가상 회사가 대기업과 경쟁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라며 “이 블록체인이 모든 기업의 형태를 바꾸고 있다. 이런 것들을 잘 살려내면, 우리의 자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새로운 시장과 기업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며, 만일 이것을 막고 못하게 하면 우리는 뒤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기술 중, 가장 중요한 기술로 다뤄지는 AI(인공지능)에도 블록체인이 유용하게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주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건강 정보나 금융 정보 전부를 개인정보보호에 의해 꽁꽁 묶어서 활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것을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물과 양분을 가져다가 4차 산업의 열매를 맺게 하는 뿌리와 같은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를 통해 금융 분야에 일대 혁신의 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암호호폐는 사실 은행 없이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디지털 머니’”라며 “아날로그 머니가 디지털 머니로 바뀔때 금융의 혁신이 일어나는데, 우리나라가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금융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머니의 등장으로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나타나고 있으며, 기존 은행과 같은 B2C 소비자 금융이 있었던 기존 시스템은 차츰 유명무실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가 등장함으로써 미들맨(은행)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즉 C2C의 직거래가 일어날 것이다. 소비자 대 소비자의 은행 및 주식 등이 나타나고, 이것의 핵심은 인터넷에서 미들맨 없이 직거래가 일어난 것처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금융 직거래가 나타난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에선 ICO가 금지된 상태다. 이에 대해 “ICO를 금지함으로써 우리의 자산이나 콘텐츠가 일본, 스위스로 줄줄 새고 있다”며 “모든 산업이 코인화되고, ICO를 하고 있다. 우리가 ICO를 막는다면 모든 미래 산업의 뿌리를 자른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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