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지난 9일 막을 연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주말이 지나 일상생활로 돌아온 후에도 사람들의 주요 대화 주제는 밤하늘에 수놓아진 개막식 드론쇼였다.
올림픽스타디움 무대 위로 떠오른 1218대 인텔 슈팅스타 드론은 비둘기로 변하더니, 스키장 상공에서 스노보드를 탄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어 오륜기 대열을 갖추며 개회식의 정점을 찍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의 향연이 눈앞에서 펼쳐졌고, 그것도 국제적인 행사가 열린 평창에서 이뤄졌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부심과 감흥을 떨칠 수 없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를 겨냥한 사이버공격이 발생했다. 조직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개회식 때 발생한 네트워크 오류를 해커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공격이라고 밝혔다.
이날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내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IPTV로 개회식을 시청하던 전세계 취재진은 네트워크 장애로 TV가 갑자기 꺼져버리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또, 조직위 홈페이지 오류로 인해 입장권 출력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조직위는 내부 서버를 폐쇄했고, 문제가 된 홈페이지는 10일 오전 8시경 복구됐다. 조직위는 사이버공격 발생 경위 등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현 단계에서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경찰청을 사칭한 악성코드가 담김 이메일이 유포되고 있어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는 없지만,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악성코드 유포지를 차단했다.
이 이메일은 협박 전화테러 예방이라는 제목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됐고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협박 전화테러 예방 및 대응을 위한 행동계획을 마련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발신인은 경찰청으로 돼 있었다.
국제 행사인 만큼, 사이버공격자들의 눈길도 평창으로 쏠려 있다. ICT 시대에서 약점은 보안이다.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는 만큼, 외부 공격자의 침입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완벽한 보안은 없는 만큼, 단 한 번의 방어 실패와 취약점만으로도 시스템은 뚫린다.
이 때문에 조직위는 안전한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인프라 구축 단계부터 보안을 내재화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그럼에도 보안사고는 발생한다. 이번 사안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이지만, 향후 더 큰 보안사고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시해야 한다. 아주 작은 구멍에도 댐은 무너진다.
ICT 올림픽과 안전한 올림픽,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다면 대한민국의 발전된 첨단기술과 굳건한 보안수준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