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금감원 입장 선회 ‘왜?’…비트코인 1400만원대 오른 뒤 하락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해 규제 일변도였던 정부가 다소 완화된 입장을 내보이자, 대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한때 1개월 만에 1400만원대를 회복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0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여의도에서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정상적인 (가상화폐) 거래가 이뤄지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규제 강화가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지금 전 세계가 가상 통화에 대한 암중모색을 통해 틀을 잡아가는 과정”이라며 가상화폐가 금융상품이든 통화든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면 좋겠다. 실명계좌 도입, 불공정거래와 자본세탁 방지 등을 통해 가상화폐도 정상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중은행 중 기업·농협·신한은행만 가상화폐 취급업소 4~5곳과 거래하고 있는데, 필요하면 더 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하나은행도 실명 거래 시스템 구축했으면 당국 눈치를 보지 말고 자율적으로 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작년 12월27일, 최 원장은 송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트코인은 거품이 확 빠질 것이다. 내기해도 좋다”고 말해 가상화폐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2개월 만에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이 보다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 같은 입장 선회는 지난 1월 말 정부가 도입한 가상계좌 실명제 등이 은행권에서 원활히 적용되고 있지 않는 데 따른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대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최 원장 발언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1일 오전 7시30분 1413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이후 오전 9시20분 다시 1316만원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22일 1400만원선이 무너진 이후, 1개월 만에 1400만원 고지에 오르자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 행렬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 등 해외 금융권 인사들이 날마다 가상화폐에 대한 비관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는 만큼, 정부의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또 다른 의도가 숨어있지 않겠냐는 반응도 없지 않다.
일각에선 지방선거를 앞둔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작년 말부터 올해 1월까지 정부 관료들의 규제 발언이 가상화폐 시장에 악재로 작용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20~30대를 중심으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작년 12월2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상화폐 규제 반대’ 국민청원엔 마감일을 10일이나 앞두고 20만명의 국민이 참여했다. 지난 14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도 이에 대한 답변으로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및 규제에 대해 이전보다는 다소 완화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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