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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들은 ’씨받이‘… 저작권 뺏겨 내 작품 볼 수도 없어”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독립피디들 말로 창작자들을 ‘씨받이’라고 합니다. 내 몸 안에서 (작품을)열 달 동안 키워놨다가, 돈 몇 푼 받고 보내버리면 이름을 부를 수도,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해서요.”(한경수 독립피디협회 프로듀서)

“게임 음악, 광고 음악 이런 쪽에서도 창작자에게 저작권 양도 요구를 합니다. 한 때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 광고 음악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작곡가를 알고 있는데, 현재 이 분 굉장히 어렵게 삽니다. 저작권이 하나도 없거든요. 법 시스템이 아무리 보호해준다고 해도 불공정 계약 행위를 넘어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 같습니다.”(신대철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

사단법인 오픈넷은 5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작노동 보호를 위한 저작권법의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음원, 영상 등 문화예술 창작자들이 토론회에서 저작권을 둘러싼 불공정 관행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많은 경우 창작자가 불리한 지위에서 계약이 이뤄지다 보니 정당한 배분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

이날 토론회에서 독립피디협회 한경수 프로듀서는 방송사와 제작사 간 불공정 관행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경수 프로듀서는 “저작권은 저작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실제로는 조항을 이용해 갈취하는 방식으로 통용되고 있다”며 “법이 약자를 강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분명히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프로듀서는 “사적 자치, 계약 자율은 당사자가 동등한 지위에 있을 때 가능한 것이지, 음원·웹툰 등 문화예술 분야는 그런 환경이 아니다”며 “원칙 뒤에 숨어서 휘두르는 강자의 권한 남용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작권 문제에 있어서 처음부터 잘못된 관행의 씨앗이 잉태됐다고 봤다. 지난 1991년 정부의 외주 제작 정책 시행 당시부터 방송권, 복제·배포권, 2차 저작물 작성 및 이용권의 저작재산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가 방송사에 영구히 양도하는 관행이 정착됐다. 방송사와 제작사의 수직적인 갑을 관계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30년이 지난 지금은 불변의 법칙으로 고착화됐다는 설명이다.

한 프로듀서는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많지만 최소한 2차 저작물 작성권은 양도를 금지하거나, 양도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며 자동적으로 환수되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공형식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장은 “취지는 공감하나, 입법이란 원칙에 수정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 담당자 입장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강행 규정을 시행하는 것은 파급효과가 커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문체부에서도 표준 계약서 마련해서 보급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각 창작 분야마다 특성이 있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 지원 사업에 표준계약서를 연계해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서면 계약 체결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현황 조사권 신설도 검토 중이며, 법률적 지원 서비스 역시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BS 조직법무부 이종일 부장은 방송사 역시 예산문제로 제작현실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종일 부장은 “외주 제작사 여건에 대해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하고 한 단계씩 노력을 해가고 있지만, 공영방송사가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재원이 마련돼야 사회적 책임 수행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모범 사례로 BBC가 많이 언급되지만 BBC는 TV수신료를 통한 공적지원이 78%에 달한다”며 “저희는 수신료를 포함해 공적지원을 모두 합해도 예산의 25%밖에 되지 않아 동일 선상으로 비교하는 것은 고충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경수 프로듀서는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독립피디에게 넘기면 방송사에게도 이득, 피디들은 원본으로 영화를 만드는 등 다양한 수익을 창출해 공유할 수 있다”며 “BBC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수백억 수준, 우리나라 방송사들은 주기 싫으니까 갖고 있으면서 수익을 포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문체부 역시 너무 중립적인 위치에서 볼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문체부 소유 국영 방송사인 아리랑TV, KTV부터 2차 저작권을 창작자에게 양도해야 상환 개선의 토대가 되지 않겠느냐”며 비판했다.

한편 토론자들은 저작권법 개선이 ‘창작 노동의 보호’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없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남희섭 오픈넷 이사는 “창작 노동의 소외와 착취 문제는 노동 결과물에 대한 사적소유를 철폐해야만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예술인 복지법을 통해 창작자의 소득과 복지를 보장해주는 해법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성호 한양대학교 교수 역시 이에 동의하며 ‘미분배 보상금’을 예술인 복지재단의 재원확보를 위해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미분배 보상금은 저작권 관련 단체를 통해 징수된 저작권 보상금 중 원 저작권자에게 분배되지 못한 징수금이다. 현재 약 395억원이 주인을 찾지 못해 미분배 상태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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