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씽크 2018] 양자컴퓨터, 넌 정체가 뭐냐
[라스베이거스(미국)=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양자컴퓨터(量子, Quantum computer)는 오늘날의 컴퓨터들이 결코 풀 수 없는 문제를 풀 것이다. 미래는 퀀텀이다. 그리고 퀀텀은 바로 여기에 있다.”
21일 오전 ‘IBM 씽크 2018’ 컨퍼런스가 진행 중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의 키노트 씨어터 행사장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IBM Q’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IBM Q시스템은 IBM이 상용화시킨 양자컴퓨터 브랜드다. IBM은 2016년 5월 5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했고 1년 뒤인 2017년 6월에는 17큐비트, 같은해 9월에 20큐비트, 불과 4달전인 2017년 11월에는 50 큐비트 프로세서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아빈드 크리쉬나 IBM 수석 부사장은 “이 놀라운 진화를 보라”며 “지난 2016년 IBM이 공개한 5큐비트 양자컴퓨터(Q 익스피리언스)는 현재 클라우드에 올려 누구나 쓸 수 있게 개방돼 있으며 이미 7만 5000명 이상이 직접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체 이 ‘양자컴퓨터’라는 것은 무엇일까.
양자컴퓨터는 양자 역학이라 불리는 양자 물리학의 원리를 이용한 전혀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다. ‘얽힘(entanglement)’이나 ‘중첩(superposition)’과 같은 양자 역학적인 현상을 이용해 자료를 처리해 현존하는 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꿈의 컴퓨터’로 종종 표현된다.
이 양자컴퓨터를 이해하려면 비트(bit)와 큐비트(qubit)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반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연산 단위는 ‘비트’다. 0과 1 중 하나로 정보를 표현하며 비트 하나당 정보 하나만 처리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인 ‘큐비트’ 역시 비트를 사용하지만 0과 1 두 가지 상태, 즉 00·01·10·11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원자보다 작은 물질은 파동과 입자의 두 가지 성질을 가질 수 있고,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양자 역학의 ‘중첩’ 현상 때문이다. 큐비트는 0이나 1일 수도 있고,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다. 즉, 0인지 1인지 확정지을 수 없는 상태, 중첩된 상태로 연산을 진행하기 때문에 연산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연산 속도는 병렬 처리를 통해 ‘큐비트’ 개수 당 2의 n승(제곱)으로 증가한다. 2개 큐비트로는 동시에 4가지 상태를(2의 제곱), 4개는 16가지(2의 4제곱), 8개는 256가지(2의 8제곱), 10개는 1024가지(2의 10제곱)의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 IBM이 최근 발표한 50큐비트 프로토타입은 동시에 2의 50제곱, 즉 1125조8999억 이상의 값(연산)이 나온다. 보통 슈퍼컴퓨터 연산 단위인 페타플롭스(petaflops)이 초당 1000조회 연산이 가능하다고 했을 때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IBM 측은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슈퍼컴퓨터의 성능보다 최소 1억배 이상이 될 것”이라며 “만약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지금의 슈퍼컴퓨터가 150년 걸려 계산할 것을 단 4분 만에 끝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M이 공개한 양자컴퓨터(IBM Q)의 모습을 보면 기존의 컴퓨터와는 많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흡사 미용실의 파마 기계 같기도 하다). 이는 양자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때문이다.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 중첩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극저온의 밀폐 환경이 필요하다. 실온 상태에선 노이즈가 발생해 데이터가 훼손될 수 있다.
IBM Q시스템은 15밀리켈빈에서 동작해 영하 273℃의 극저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超電導·superconductivity) 회로나 진공에 원자를 가둬야 한다. 초전도는 금속이나 합금, 화합물 등의 온도를 낮춰 나가면 특정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이다. IBM 측은 “영하 273℃는 우주보다 더 추운 온도”라고 설명했다.
크리쉬나 IBM 부사장은 “양자컴퓨터가 무엇인지 아는 것보다 양자컴퓨터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된다면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 불가능한 실질적 문제, 예를 들어 신약개발 등 화학분야나 보안, 암세포 염기서열 분석 등은 물론 인공지능(AI)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테면 기존의 컴퓨터로는 커피의 카페인 분자를 모델링해 상세한 화학구조와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카페인 분자가 컴퓨터의 능력치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를 띠기 때문이다. 암호해석 역시 기존 컴퓨터로는 10억년 걸리는 것이 100초면 가능해진다.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순수난수(True random number)를 활용해 해킹이나 복제가 불가능한 암호 패턴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크리쉬나 부사장과 함께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박성준 삼성종합기술원 상무는 “이미 내부에 팀을 꾸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장비, AI 연구 등에 양자 컴퓨터를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IBM의 Q네트워크 파트너로 합류했다.
한편 이번 ‘IBM 씽크 2018’ 컨퍼런스에서도 참관객들의 관심은 온통 ‘양자컴퓨터’에 집중됐다. 양자컴퓨터 관련 세션에는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실제 행사장에도 IBM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목업(실물크기 모형)이 전시됐다. 미국 환경청(EPS) 홈랜드 시큐리티 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이면 양자컴퓨터 관련 시장 규모는 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IBM 뿐만 아니라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특정 문제풀이에서는 기존 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구글은 최근 72큐비트 프로세서, 인텔은 올 초 49큐비트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다만 양자컴퓨터 구현에 있어 업체별로 다른 방식을 활용한다.
IBM이나 구글은 초전도 회로(루프) 방식을 이용하지만 MS는 위상학(토폴로지), 일부 스타트업은 이온 입자 낱개를 전자기장에 가두는 방식이나 다이아몬드 점결함 등도 활용하고 있다.
IBM 측은 “5년 내 양자컴퓨터는 실험실에서 벗어나 실제 비즈니스에 투입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행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속단하긴 이르다”며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교수들조차 상용화에는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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