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세미콘 창간기획] 유연한 에너지 대책, 에너지 자급자족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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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고 두루뭉술하게 표현됐던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스마트시티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에너지저장장치(ESS), 자율주행차 등은 이제 개별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디바이스, 건물, 지역, 도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정보의 흐름은 더 빨라지고 커졌으며 구체적인 답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사이트세미콘>은 창간 3주년을 맞아 반도체, 디스플레이, 에너지를 통틀어 유기적으로 엮어내면서도 명확한 방향성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시대를 시작하는 스마트시티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 ‘CES 2018’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가 폭우로 인해 정전이 발생한 것. 첨단기술의 향연이라 일컬어지며 온갖 제품과 기술이 선보였건만 사막에 흔하지 않다는 폭우 한 번에 모든 것이 마비됐다. 현대문명의 이기는 결국 ‘전기’가 없으면 깡통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건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CES 2018의 주제가 ‘스마트시티의 미래(The Future of Smart Cities)’였다. 스마트시티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아이템이 등장했으나 그 어떤 것도 자신을 보호하지 못했다. 전기가 있어야 뭐라도 할 것 아닌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SS의 태동은 스마트시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마트시티는 인프라와 효율, 도시를 이루고 있는 요소가 원활한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도시는 기본적으로 전력 자체를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 발전소가 대부분 해안가에 몰려 있어서 스스로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없다.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가 주목받으면서 필연적으로 어딘가에 에너지 저장고가 필요했고 그 대안이 ESS라고 보면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프라 개선의 문제도 있다. 전력망은 그 자체로 낭비가 발생한다. 저항이 발생해서다. 발전소에서 대도시까지 낭비되는 전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신재생 에너지와 함께 ESS를 결합해 사용할 경우 새로운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보다 돈이 덜 드는 경우가 있다. 더불어 전력의 수요와 공급이 항상 일정하지 않으므로 이런 높낮이 차를 조정할 때 유리하다. 이른바 ‘주파수 조정’이다.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며 ESS는 스마트시티의 에너지를 담당하는 중추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하이브리드차(HEV), 전기차(EV)와 같은 친환경 기술이 듬뿍 담겨 있다. 이들 자동차의 에너지 충전용으로도 ESS는 안성맞춤이다.
당연하지만 모든 것이 연결된 스마트시티에서 ESS만으로도 상당한 양의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어 도시 전체의 전력망을 지능적으로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급작스럽게 전력난이 발생하면 시민의 자발적인 노력과 함께 ESS에서 조금씩 전력을 모으거나 충전량 제한을 걸어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ESS 시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 기존 전력망 노후화,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다만 EV가 인기를 얻으면서 리튬, 코발트와 같이 배터리 원자재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그런데도 오는 2020년 ESS 시장규모는 10기가와트시(GWh)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경제성을 확보한 주파수 조정용 ESS가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고전압 송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고 신규 발전소 건설에 대한 부담이 겹쳐지면서 순간적으로 전력소비량이 높아지는 시기를 대비해 대도시 중심에 ESS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은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펼쳐지겠지만 중국과 같이 개발도상국이라도 국토가 전력 효율이 떨어지는 국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인다. 이미 중국은 스마트그리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바 있다. 물론 스마트시티에서 ESS가 더욱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필연적이다.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표준화와 함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가정, 기업, 도심 등에서 ESS가 보급되기 이전부터 준비해야 할 작업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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