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세상 코앞인데 ‘수소차’ 매달리는 현대차…고통스런 ‘희망고문’ 아닐까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세계 각국이 내연기관차가 아닌 친환경차를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전기자동차(EV, 이하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전기차(FCEV, 이하 수소차) 등 친환경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 가운데 시장에선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투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전기차, 수소차를 가리지 않고 친환경차를 육성하고 있다.
다만 둘을 비교하자면 시장에선 현대차가 전기차보다 수소차에 더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는 지난 1998년부터 수소차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으며, 201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차 양산에도 성공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현대차의 친환경차에 대한 투자 의지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2013년 27만원대에서 현재 15만원대로 거의 반토막난 상태다.
당연히 투자자 일각에선 ‘현대차가 시장 흐름을 잘못 읽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현대차의 수소차 투자는 일종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 발표 후 주주총회에서 수소차를 중심으로 한 미래 전략을 주주 설득용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 수소차 정말 차세대 동력 될 수 있을까 = 현대차는 2013년 1세대 수소차 투싼 ix35를 출시했으며, 올해에는 2세대 수소차 넥쏘를 공개하고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예약판매를 실시했다. 지난 2014년엔 EU의 수소차 보급사업자로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현대차는 전기차 모델도 생산하고 있다. 전기차(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하이브리드(HEV)로 구성된 친환경차 전용브랜드 ‘아이오닉’은 2016년 출시됐다. 오는 4월엔 전기차 코나EV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앞세워 2021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 등 대형 이슈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 내 입지 약화 등 악재에 뿔난 투자자들은 수소차 투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환경차 시대 새로운 모멘텀이 요구되는 시점에 현대차의 수소차 투자가 미비한 인프라 구축 등을 도외시한 무리한 행보라는 게 비판의 골자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굳이 인프라가 미비한 수소차 시장에 무리해서 뛰어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차를 출시한 나라는 아직 많지 않고, 수소차 관련 인프라가 미비한 상황이다.
수소차는 현재 현대차, 도요타, 혼다 총 3곳에서만 생산 중이다. 일본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으나 우리 나라는 정부 지원이 아직 구체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국내 수소충전소를 확충하고자, 민관합동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한국도로공사가 부지를 제공하고 현대차가 충전소를 설치하는 식이다.
다만, 정책적 지원이 된다해도 수소차 확산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수소충전소 구축 비용의 문제다. 이는 수소 충전소 인프라 확산과 직결되는 문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소충전소 1곳을 구축하는 데 30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반면 전기차 충전소 구축비용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수준이다. 시장에만 맡겨놓을 경우, 많은 수의 수소차 충전소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1만개, 수소 충전소 180개를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수소 충전소는 전국 12곳 정도에 불과한 반면 전기차 충전소는 3600여 곳에 달한다.
또 수소충전소 확산과 관련, 대기업 특혜 시비가 걸려 있어 대기업 자본 유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국토교통부가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 200개를 구축하려던 사업도 대기업 특혜 시비, 예산 확보 실패 등의 문제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 밖에 수소충전소 입지 조건, 관련법 미비 등의 문제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개별 법률로 제정된 석탄, 석유 등 에너지원과 달리 수소는 별도 규정이 없어, 품질 및 인허가 기준을 따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법 규정에 따라 수소 충전소 설립 예정부지 일정 거리 안에 의료시설, 유치원, 공동주택 등이 없어야 하는 등 입지 조건도 까다로운 편이다.
◆ ‘수소차 이슈’,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 = 시장 일각에선 이처럼 수소차에 대한 인프라 여건이 부족한데도 왜 현대차가 20년 전부터 수소차 투자를 강행하는지에 근본적인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수소차가 주주 설득 용도로 전락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년 전과는 달리, 수소차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입장에선 주주들에게 수소차가 여전히 미래 전략 홍보용으로 활용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관점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 발표를 하면 주주 동의를 얻기 위해 주주총회 소집이 이뤄진다. 이들이 반대하지 않고 지주회사 전환을 옹호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당근을 제시할 텐데 그 중 하나가 배당이 될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구체적 전략 발표가 될 수도 있다”며 “수소차 투자가 지배구조 개편 전략에 활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분야에선, 현대차가 유럽이나 일본 자동차업체들에 아직 기술적으로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수소차 부문에선 지난 2013년 수소차 투싼 ix35 양산에 성공했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현대차로선 전기차보다는 수소차를 내세우는 것이 주주 설득에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속적으로 현대차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 → 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핵심 사안이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곧 지배구조 개선안으로 지주사 전환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안에 지주사 전환 혜택 요소가 사라지기 때문에 순환출자 해소와 정의선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카드로 지주사 전환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현대차가 수소차 기술력을 미리 연구개발한 것이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성과가 아직 미미할 뿐이며 근본적으로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기술 선도 행보로 평가해 달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수소차에 대한 시장 활성화가 언제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투자자의 입장에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스러운 ‘희망고문’만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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