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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디지털 혁신의 걸림돌은? '내부 조직문화'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권의 디지털 혁신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을 중심으로 계열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DNA’를 조직 내부에 심어보자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지주 내에 총괄 디지털 전략 부서를 신설하는 등 계열사 차원의 시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 증권 등 핵심 계열사들도 자체적으로 디지털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비대면채널의 핵심인 모바일 앱 고도화 사업은 물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 IT신기술을 활용한 기존 서비스 고도화와 신규 서비스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표면적으로 금융사들은 올해를 디지털 뱅킹 전략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조직 구성과 외부 인재 영입에 금융사들이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반영한 상용 서비스와 투자수익률(ROI)을 내기 위한 행보에 착수한다. 이는 금융권의 디지털 뱅킹 관련 애플리케이션 상용화가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업은행, KB국민은행 등 은행권의 챗봇 상용화가 올 4월 출시될 전망이고 ING생명 등 생보사들의 챗봇 서비스도 이르면 올 상반기 말 상용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관련 조직을 갖춘 금융사들의 연계 서비스도 지난해와 올 연 초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발주될 전망이다.

이처럼 금융사들의 디지털 혁신, 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금융사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최근 투이컨설팅이 진행한 ‘금융회사 디지털성숙수준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디지털 혁신을 위한 장애물로 조직문화를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는 “조직 내부의 거버너스가 정리가 안되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 혁신의 주도권을 누가 쥘지에 대한 조율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경우 디지털 혁신은 CEO의 핵심 ‘아젠다(Agenda)’로 설정돼 있는 것이 보통이다. CEO가 먼저 나서서 자신의 회사를 디지털 회사라고 공표하는 식이다. 이러한 내용은 일사분란하게 조직 내부로 전파되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조직 전부가 움직이는 구조로 이어진다.

물론 우리나라 금융사들도 CEO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을 부르짖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외국과는 그 결을 달리하는 것이 이러한 디지털 혁신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은 특정 부서 차원의 성과가 아니라 전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협력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장기적 과제”라며 “금융사마다 조직문화가 다르긴 하지만 국내 은행권의 경우 인수합병을 통한 조직적 통합이 화학적 결합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내부적으로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략을 위해 외부인재 영입이 진행됐는데 기존 조직 입장에선 (이들이)어떤 성과를 낼지에 일단 방관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외부영입 인재들이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올수록 조급해 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보다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조직 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디지털 혁신이 ‘탑 다운(Top Down)’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IT전문가들의 의견이다. CEO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전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탑다운 방식도 100% 조직에 스며들지는 못한다.

특히 국내 금융권의 특수성도 감안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금융사의 CEO가 얼마나 강력하게 디지털 금융 전략을 믿고 추진할 수 있는지 여부와 추진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최근 금융사들의 부정채용 논란과 관련해 금융사 CEO들의 거취논란이 이어지는 것처럼 CEO리스크가 바로 금융사의 디지털 전략과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는 “금융사들의 1-2년 내 디지털 전략이 향후 국내 금융사들의 순위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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