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 vs 영업비밀’…작업보고서 신중한 접근 요구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최근 논란을 빚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이하 작업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문진국, 임이자 의원 주최로 ‘산업안전과 기업기술보호 현황과 과제 긴급 정책 토론회’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학계(황철성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 노동계(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연구소장), 재계(김형현 경총 안전보건본부 책임전문위원), 정부(고동우 고용노동부 산업보건 과장)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작업보고서를 둘러싼 각자의 입장을 피력했다.
핵심은 작업보고서를 제3자에게 공개하는 데 있어 책임과 한계를 규정할 수 있느냐다. 이와 관련해 재계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주장했고 고용노동부는 법대로(정보공개법) 처리했다는 태도다. 지난 2월 1일 대전고등법원이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 공장의 작업보고서를 유족에게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을 기초로 한다.
작업보고서 내용이 영업비밀이냐 아니냐를 두고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황철성 교수는 “650페이지에 이르는 작업보고서에는 반도체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핵심 물질을 알 수 있다”라며 “작업보고서 내용을 비교해 경쟁국(중국)뿐 아니라 마이크론(미국), 도시바(일본) 등이 삼성의 기술을 빼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조기홍 소장은 작업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은 업계가 일반적으로 아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작업보고서는 원래 공개해야 한다. 법이 그렇고 공개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법률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라며 “(핵심기술은 제해야겠지만) 작업보고서 논란은 영업비밀이 아니라 공개의 범위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경총도 핵심은 같았다. 산업 특성에 대해 고려해야 하고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작업보고서를 열람할 이유가 없다는 것. 정보공개법에 따라 제3자에게 전달된 내용이 유출될 경우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우려한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산재 신청에 필요한 내용(대기질, 화학물질, 근무 현황 등)은 공개를 찬성하지만 이와 무관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고용부는 이 사안과 관련해 여러 번 허점을 노출했다. 우선 대전고법의 판결을 그대로 따르겠다고 했으나 영업비밀로 인한 파장을 고려치 않았다. 더구나 작업보고서 공개 결정을 내린 고용부 정보공개심의회 의원 26명 가운데 반도체나 업계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다. 산업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 전문위원회가 살펴본 작업보고서 해석과 딴판이었다.
또한, 유럽의 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를 예로 들며 인터넷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사업장 정보, 물질명칭 및 유해성 정보 등을 공개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관련된 내용이지 작업보고서처럼 모든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동일 선상에서 비교 대상이 아니다.
고용부가 여당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온라인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가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것도 절대 과장되지 않은 셈이다.
고동우 과장은 “정보공개심의회는 유해정보, 안전보건 전문가가 해야 한다”라면서도 “이번에 반도체가 문제여서 그렇지 철강이나 산업 모두에 정보공개심의회를 만들 수 없다”라며 한계를 인정했다. 전문가가 참여해 검토할 필요성은 분명히 했다.
한편, 임이자 의원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노동자 건강권 보호에) 공개할 부분은 해야겠지만, 범위를 보완하고 핵심기술은 보호해야 한다”라며 “제3자에게 모든 걸 공개할 수는 없으며 먹고 사는 문제가 있어서 핵심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선에서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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