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부품 의존도↑…삼성전자, 전후방 비대칭에 고민(종합)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가 1분기 사상 최대인 매출액 60조5800억원, 영업이익 15조64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 속 전방산업의 부진 여파가 여전했고 2분기 전사 실적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당분간 전방과 후방산업 사이의 비대칭 구조는 이어질 수밖에 없고 시설투자(CAPEX)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호실적의 밑거름은 D램·낸드플래시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다. 빅데이터,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선제적 투자가 이어진 덕분이다. 그리고 당분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암호화폐는 물론 블록체인처럼 더 많은 데이터를 빨리 처리해야 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방산업에서는 차별화를 위한 용량 늘리기가 한창이다. 예컨대 D램이나 낸드플래시 용량을 확대해 더 좋은 사양으로 특장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AI를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한 고사양 제품의 필요성도 한몫하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미세공정 전환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비트그로스(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상승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의미다. 1분기 반도체 영업이익률이 55.6%에 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대로 디스플레이는 전방산업 부진 여파를 받았다. 애플이 아이폰 텐(X) 물량을 줄이면서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감산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사업은 낙관적이지만 전체 볼륨이 줄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저온폴리실리콘(LTPS) 액정표시장치(LCD)와의 가격 경쟁도 영향은 있지만, 스마트폰 산업의 성장 정체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호황 이후의 공급과잉과 평균판매단가(ASP) 유지를 걱정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전후방 산업의 불균형이 초래한 불확실성이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가 잘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모양새가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소니, 구글, 아마존 등 여러 기업이 아직까지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각 산업이 가진 고유의 특성, 시장의 한계,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적어도 2년 이상은 현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접었다 펴는 폴더블폰이 나오더라도 현 스마트폰을 제쳐두고 구매할 만큼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방산업은 물량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과 제품믹스 개선, 후방산업은 시설투자의 유연한 운영으로 중장기를 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절적 비수기와 성수기, 전후방 산업의 사이클, 먹거리 창출이라는 과제에 있어서 체력을 비축하고 환율, 무역분쟁과 같은 외부 요인에 최대한 대비하겠다는 보수적 접근방식이 삼성전자 전략의 기본 골자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주당 1만7700원의 분기 현금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배당금 총액은 2조4046억원이다. 아울러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 사외이사인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을 선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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