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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보안강자로 떠오른 SKT, '에스원' 추월 나선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텔레콤(사장 박정호)이 ADT캡스를 인수하며 단숨에 물리보안업계 2위로 올라섰다. 이번 인수결정으로 기존에 고착화된 국내 물리보안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에스원, ADT캡스, KT텔레캅, NSOK 순으로 정형화된 구도가 깨지게 된 만큼 융합형 보안기술과 신규 서비스들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T는 이 시장의 선두업체인 에스원을 곧 뛰어 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은 물리 보안시장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시장에 긍정적 자극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적인 물리보안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신기술 기반 서비스들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보유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을 보안사업에 접목해 전통적인 물리보안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SK텔레콤은 NSOK와 ADT캡스를 통해 홈IoT 시장의 확장을 노리게 됐다. 출동·경비뿐 아니라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관련 솔루션까지 더하면서 일반 가정부터 사업장까지 SK텔레콤의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보안사업으로 탈통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시장에 새로운 자극제, 물리보안 새 판 짠다 =
SK텔레콤은 ADT캡스 인수 전부터 SK텔링크와 NSOK와 ‘시큐리티 4.0’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9월부터 3사 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AI 보안으로 물리보안 사업을 넓히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

여기에 더해 30%에 달하는 ADT캡스의 시장점유율까지 차지하게 된 만큼, 후발주자에서 해내지 못 했던 일들을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시큐리티 4.0 전략은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큐리티 4.0은 디바이스의 개방·연동과 AI 기반 모니터링 고도화를 통해 공간을 이해, 보안영역을 차별화하고 서비스를 확장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시큐리티 4.0이 실현되면 가격 파괴적 모델, 사전 예방, 맞춤 서비스 설계가 가능해진다.

이번에 ADT캡스 인수를 발표하며 SK텔레콤은 영상보안기술, AI, IoT,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보안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과거에 없던 새로운 보안 서비스와 사업 모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시큐리티 4.0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여기서 핵심은 AI 보안이다. 기존에는 보안관지가 육안으로 영상을 감시하며 상황을 판단했다면, AI를 통해 이상징후를 스스로 파악하고 신속하게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한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열 감지 센서를 통해 화재를 조기에 발견하고, 이상 행동을 포착해 보안 관리자에게 경고를 보내거나 출동명령을 내린다.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에 경비 인력과 차량을 사전에 배치할 수도 있다.

또한,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집을 지키는 어린이나 혼자 사는 어르신의 건강 케어 서비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상 행동 패턴이 영상을 통해 AI에서 감지되고, 열 감지 센서로 체온 변화가 확인되면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경고를 보내 신속히 위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이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AI를 지원하는 솔루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를 지능형 영상분석 등에 이용하고 센서와 영상정보를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CCTV로 침입을 확인해 출동과 경비에만 집중했던 물리보안을 넘어 사전 예방까지 가능한 안전과 케어(Care)까지 고려한 종합보안사업을 목표로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인력 중심의 물리보안시장에서 사업자의 부담도 낮춘다. 오알람으로 출동 보안을 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자 입장에서는 비용 낭비가 많았다. 이와 관련 센서 신호와 딥러닝 기반 영상 분석을 통해 오알람을 낮추는 알고리즘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또, SK텔레콤은 사업자 비용 절감을 언급하며, 경보가 정확해지면 불필요한 출동이 줄어들고 출동 동선이 최적화되면 이동 거리가 짧아진다고 부연했다.

SK텔레콤은 1위 이동통신 사업자로 대량의 데이터도 소유하고 있다. 홈IoT 사업도 몇 년간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NUGU)’를 내놓으면서 AI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영상분석플랫폼 ‘T뷰(Tview)’도 보유하고 있다. 머신러닝을 통한 영상분석 고도화도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역량을 보안사업에 접목해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 측은 “기존과 같은 보안을 하겠다고 ADT캡스 인수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니, 솔루션 사업으로 생각의 폭을 넓힐 수밖에 없다”며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면 효율은 좋아지게 되고, 규모의 경제까지 확보하게 돼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안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들과 부딪히는 영역이 있겠지만 SK텔레콤이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라며 “건전한 경쟁을 통해 오히려 부가가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호 사장 M&A 전략 승리=SK텔레콤은 이전부터 보안사업에 관심을 드러내 왔다. 2013년 SK텔레콤이 ADT캡스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중도 포기하고 4위 사업자 NSOK를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NSOK는 시장에서 5% 점유율에 그쳐 계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물리보안시장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이미 발을 내딛은 SK텔레콤이 포기할 수만은 없었을 노릇이다. 홈IoT 사업과 시너지 등을 계산하면 보안사업은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 국내 물리보안시장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8.7% 성장했으며 2022년까지 연간 7% 이상 성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물리보안시장의 경쟁구도를 재편하기 위해서는 시장점유율이 절대적이다. 이에 SK텔레콤은 ADT캡스에 대한 인수 의지는 계속됐다. 하지만, 관건은 가격과 전략이었다.

SK텔레콤은 ADT캡스 매각 1차 라운드 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컨소시엄 제안을 모두 거절하다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12월 예비입찰과 2월 본입찰에서도 얼굴을 내밀지 않던 SK텔레콤이 ADT캡스 거래 무산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을 칼을 꺼낸 것이다.

이후에도 ADT캡스 인수와 관련해 과도한 프리미엄 지급은 없다고 단호한 모습을 내비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이러한 전략이 통하기 시작하면서 적정가격과 경영권을 모두 갖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8일 SK텔레콤은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공동으로 ADT캡스 지분 100%를 1조2760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SK텔레콤이 투자한 금액은 7020억원으로, 지분 55%와 경영권까지 확보했다.

이번에 인수한 회사는 ADT캡스 주식 100%를 보유한 사이렌홀딩스코리아로, 부채를 포함해 기업가치 2조9700원에 달한다. ADT캡스 에비타(EBITDA ·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의 11배 수준이다.

SK텔레콤 측은 “칼라일이 지난 2014년 한화로 약 2조원 이상을 주고 ADT캡스를 인수한 것과 비교해 같은 수준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SK텔레콤이 경영권을 갖게 됐고 맥쿼리는 이사회에 참여하게 되는 형태인데, SK텔레콤이 과반수 이상을 이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다”고 제언했다.

SK텔레콤은 올해 3분기 내 인수를 완료하고 향후 ADT캡스 상장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에는 매출 1조원 이상으로 키워내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다만, 현재 NSOK가 SK텔링크 자회사로 편입돼 있고 ADT캡스는 SK텔레콤 손자회사로 들어가 있는 만큼 효율적인 보안사업을 위한 내부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SK텔레콤 측은 “ADT캡스 인수 의지는 계속 있었다”며 “NSOK로 보안의 이해도를 높이면서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이제 본사업이 시작된 셈”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보안을 주력사업으로 삼지 않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도 보안기업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해외진출에 대해서 현재는 강조하지 않고 있지만, 안 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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