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창간기획/반도체③] 기댈 곳은 원천기술 확보뿐…IP 현황과 정책 반영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원천기술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첨단산업도 마찬가지다.

흔히 설계자산·특허로 부르는 IP(Intellectual Property)는 단순히 기술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규제와 사상, 철학, 그리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거대한 교집합이다. 따라서 특허의 등록 개수뿐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부터 살펴보면, 반도체 메모리의 설계·생산·패키징을 포함한 제조 기술 분야의 국내 특허출원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4000여건씩 총 2만665건 출원됐다. 미국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국내 특허 건수보다 훨씬 많은 5만8838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 2위를 다투며 인텔, 도시바, TSMC, 마이크론 등을 압도했다.

하지만 전체 반도체로 규모를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국내 반도체 IP 시장규모는 전 세계와 비교해 10%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서 순수 국산 반도체 IP 거래 규모는 10% 중반에 그치고 있다. 이는 IP 규모와는 별개로 활용 폭과 분야에 있어서 매우 협소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시장에서 먼저 반도체 분야를 개척한 국가나 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기업은 전 세계를 상대로 IP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는 주도권을 쥐고 있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되짚어 보면 특허 괴물이라 부르는 램버스와 같은 기업과의 소송에서 완전히 벗어난 지 불과 10년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구글(영구적), 노키아, 웨스턴디지털(샌디스크, 2024년까지) 등과 IP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램버스, 도시바, 샌디스크 등과 관련 계약을 맺었다.

다른 기업의 IP 동향도 영향을 끼친다. 일본 니콘-네덜란드 ASML 사이의 노광 장비 특허소송 분쟁을 꼽을 수 있다.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 공급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니콘이 확보한 특허는 현재 반도체 생산에 가장 폭넓게 쓰이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연구개발(R&D)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특허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 됐다. 첨단산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우리 기업은 공격보다는 방어적인 경향이 짙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예타 확대, 전방위 IP 지원=IP 확보는 주로 미래반도체소자 원천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37건의 개발과제에 500명 이상의 연구원이 참가해 5년 동안 선순환적 R&D 생태계를 구축, 국내 반도체 산업의 2단계 도약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차세대 메모리 ▲BEOL(back end of line) ▲차세대 반도체 프로세스Ⅰ·Ⅱ ▲계측&테스트 기술 ▲서킷&시뮬레이션이 있다. 세부적으로는 고성능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5나노 이하 차세대 로직 소자 원천소요기술을 비롯해 포밍-프리(Forming-free)·포밍-리스(Forming-less) 저항변화메모리(Re램), 크로스포인트(X) 구조의 어레이 개발, 1T-D램 및 1T-D램 원천기술과 공정 구조 최적화 등이 있다.

디스플레이는 어떨까. 우선 ‘미래 디스플레이 핵심기술 개발’ 사업이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자금을 공동 투자하고 대학과 연구소가 연구를 수행하는 형태다.

▲유연기판 상의 8K 디스플레이용 고품위 박막트랜지스터(TFT) 개발 ▲Micro-dot 홀로그램을 이용한 고색재현 디스플레이 박막 개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판용 450℃ LTPS 공정 가능한 내열성 투명 실록산 필름 원천기술 개발 ▲1㎜ 이하의 접힘굴곡반경 및 90% 이상의 광투과도를 갖는 바이오나노섬유 기반 초고유연 생체친화성 투명나노복합체 기판필름 개발 ▲유연/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위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용 곡률 반경 0.5㎜ 이하, 반복 횟수 20만회 이상, 10% 이상의 변형에 대응할 수 있는 TFT 소재, 소자 및 회로 설계 원천 기술 개발’ 등이 있다.

대·중소기업의 IP 상생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국내 대기업 미활용 IP를 중무료로 이전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가전, 디스플레이, 모바일, 반도체, 통신·네트워크 등에 걸쳐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는 입장이다. 2013년부터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주무부처가 바뀌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R&D 예산이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첨단산업과 관련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한층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IP의 경우 현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 유망분야를 대상으로 전문가 참여 확대, 소송보험 지원, 특허공제제도 도입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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