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창간기획/반도체①] 新 무역 전쟁, 국내 첨단산업 무엇을 준비하나?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대한민국의 수출 포트폴리오가 망가졌다!’

몇 년 전부터 수출 산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이른바 10대 수출품목에서 반도체와 평판디스플레이·센서와 같은 첨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반대로 자동차, 조선, 무선통신기기 등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은 올해 3월 처음으로 100억달러(약 10조6700억원)를 돌파했으나 그만큼 의존도가 커졌다. 바꿔 말하면 반도체가 무너지면 우리나라 수출에 끼치는 악영향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우려스러운 점은 반도체 수출 증가가 시황의 호조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D램·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나타난 결과다. 이 시장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예상보다 호황이 길어지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공하고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뜻.

이미 중국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를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초기 자본은 987억2000만위안(약 16조6500억원)이었으며 추가로 3000억위안(약 50조6200억원)을 조성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주변국은 물론 미국 등 선진국과의 무역분쟁을 서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퀄컴의 NXP 인수,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이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미국은 ZTE,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특히, ZTE는 북한·이란에 대한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향후 7년 동안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 거래 중단,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버티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 사업부 매각설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대대적인 첨단산업 육성을 내건 중국, 그리고 주도권 확보에 나선 미국 사이에서 대한민국은 위험한 줄타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생태계 구축, 인재 육성 토양 마련=왜 줄타기인가 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3월 반도체 수출만 하더라도 중국의 비중은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대중 수출이 삐걱거리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현재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공정 기술 개발 ▲장비부터 재료, 부품 산업 사이의 유기적 연계 ▲인재 육성이 필수적이다. 차세대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스핀주입자화반전메모리(STT-M램)를 비롯해 다양한 선행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부(모태펀드)가 반도체 분야 투자 확대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반도체성장펀드가 운영되고 있다.

연구개발 차원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조원 안팎의 차세대 반도체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10년 동안 이뤄질 이번 프로젝트에서 4차 산업혁명에 본격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반도체를 준비한다는 복안이다.

인재 육성은 양과 질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당장은 학계에서 배출되는 인력만 가지고는 업계가 필요로 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는 산업기밀이 무엇보다 중요한 현장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갖추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 인력 양상을 위한 신규 창업이나 은퇴자 재취업 등의 프로그램이 꾸준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실과 이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는 것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래전부터 메모리 반도체 이외에 시스템 반도체 등이 중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으나 국내 팹리스 기업이 만성적자와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 지원과 현장의 거리감을 최소화하고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오랫동안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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