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창간특집/인터넷①] 네이버-카카오, ‘같은 듯 다른’ 성장 해법

이대호
네이버와 카카오. 국내 인터넷 생태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에 맞설 마지막 보루로 꼽히는 유이한 기업이기도 하다. 두 기업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인터넷 생태계가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데일리>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최근 사업 현황과 지속 성장 방향, 야심차게 추진 중인 프로젝트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유선 기반의 포털이 주력 사업이었던 시절엔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카카오를 흡수합병하고 모바일 위주의 시장 재편이 이어지면서 이러한 시도가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네이버가 포털 사업에서 앞서나가고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확장해가면서 상당히 다른 사업 구조를 지니게 됐기 때문이다.

두 기업이 보는 방향은 다르지 않다. 생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친화적 서비스와 플랫폼을 완성하려는 목표나 국외로 나가 성공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은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다만 접근법에서 차이가 있다. 네이버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직접 뛰어들었다면 카카오는 원천 기술 개발보다는 모빌리티 플랫폼 안착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는 식이다. 글로벌 성공을 위한 무기로는 네이버가 사용자제작콘텐츠(UGC) 서비스를, 카카오가 블록체인 플랫폼을 각각 앞세웠다.

◆AI 연구개발 결과물 속속 적용=
지난해까지 네이버와 카카오가 ‘AI로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주로 얘기했다면 올해부터는 결과물을 볼 수 있다. 두 기업이 미디어 대상의 AI 기술 스터디(포럼)를 꾸준히 개최하면서 주요 부문별로 변화를 예고했다.

두 회사가 개최 중인 AI 기술 스터디를 보면 겹치는 부분이 있다. ‘번역’이다. 두 회사 모두에게 중요한 기술 분야다. 통계기반번역(SMT)에 머물러있다 문장 전체를 인식하는 인공신경망번역(NMT) 기술이 적용되면서 서비스 품질이 크게 발전했다. NMT 기술은 대화뿐 아니라 영상자막, 글로벌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얼마 전엔 네이버가 웹페이지 전체를 번역해주는 파파고 서비스를 선보였다. 번역 서비스 파파고엔 올해 14개 언어 지원을 준비 하고 있다. 카카오도 일본어와 중국어 지원 언어를 확대하고 높임말, 구어체, 문어체까지 구분해 번역이 가능하도록 한다. 파파고와 같은 번역 전용앱도 연내 출시한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 각자 해법 제시
=네이버는 자동차가 주요 생활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고 직접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다. 네이버 지도를 담은 내비게이션 기기도 내놓고 여러 방면으로 플랫폼 선점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현재 네이버랩스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분류한 레벨4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도심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얼마 전 만도와 자율주행 기술 공동연구 양해각서 체결을 알리기도 했다. SAE 레벨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단계로 가기 위한 움직임이다. 레벨5 단계에선 운전자가 필요치 않다.

카카오는 이 같은 플랫폼 경쟁에 ‘카카오T’로 대비하고 있다. 택시·대리운전·주차 등 생활 속 이동하는 모든 순간을 카카오T에 담아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사실 카카오의 덩치로는 네이버처럼 자율주행 원천 기술 경쟁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카카오 입장에선 ‘모바일 플랫폼에 올인’하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오히려 카카오 입장에선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는 것을 기다릴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생활 속에 스며든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와 자율주행차를 연결하겠다는 게 카카오의 전략이다.

◆올해 글로벌 서비스 추진=올해 네이버는 라인(LINE), 스노우, 브이라이브에 이은 글로벌 진출 성공 사례를 위해 움직이는 중이다. 카카오는 새로운 공동대표 체제를 맞아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 띄우기에 나섰다.

네이버는 새로운 사용자제작콘텐츠(UGC)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캠프모바일을 흡수합병해 조직 역량을 결집시켰고 사내독립기업(CIC) 아폴로셀을 만들었다. 김승언 디자인설계 리더가 아폴로셀을 이끌고 있다.

아폴로셀이 준비 중인 UGC 서비스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회사 측은 “차별화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형 툴 설계를 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시장 진출을 먼저 노린다.

카카오도 올해 새 서비스 개발에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는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를 맞아 적극적으로 글로벌 사업에 도전하는 3.0 시대를 선언하고 다양한 시도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 중 하나가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최근 카카오는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 X(Ground X)’를 일본에 설립했다. 회사 측은 블록체인을 기존 카카오 서비스와 접목함은 물론 연내 새 플랫폼 출시를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카카오가 통제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참가자가 같이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계획 중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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