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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시장 의존도 큰 반도체산업…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

신현석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다.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는 등 초강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부채 의존적 경제 성장이 한계에 도달함으로써 중국이 결국 미국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은 겉으로 올해 2분기 6.7%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미국이 10% 추가 관세 계획을 발표하자 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추가 제소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고심이 깊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더 큰 손실을 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중국의 대미수출액(5050억달러)은 미국의 대중 수출액(1299억달러)보다 4배가량 많았던 데다가 기축통화인 달러 영향으로 미국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3개월 동안 미국 나스닥 지수는 상승세지만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하락세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선 중국이 전쟁에서 패퇴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중국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현재 중국의 산업 생산과 도시 지역 고정 자산 투자 모두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상재 투자전략팀장은 “2분기 GDP 성장세가 선방했지만, 하반기 중국경제 성장 여건은 그다지 밝지 않다. 상반기에는 미·중 무역전쟁의 ‘말의 전쟁’ 영역으로 실물경제 영향력이 미미했지만, 하반기부터는 7월 6일 360억 달러 대미수출품 25% 관세부과를 비롯해 미 통상압력의 직접 영향권에 진입하고 중국 정부의 부채구조 개선을 위한 디레버리징 및 공급 측 개혁과 환경 개선 등 질적 성장 개선정책이 완전히 폐기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보증권의 임동민 연구원은 “중국 GDP는 수치상으로는 양호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으나 6월 광공업 생산, 고정투자, 소매판매 모두 둔화됐다. 상반기 경제성장을 견인한 수출 역시 무역분쟁 영향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질 경제활동이 둔화하는 가운데, 부채 의존적인 자산 성장이 경제성장을 여전히 지탱하고 있다. 특히 국유기업 중심의 기업부채가 한계점에 도달한 가운데 가계부채 역시 전년 대비 +20% 넘고 있어 현재 경제성장이 부채 의존적인 상태임이 명확하다”라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갈등으로 중국 시진핑 주석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외신들은 중국내 시진핑 지도부에 대한 비판 움직임을 전하고 있다. 중국이 무역전쟁을 통해 미국과의 출혈경쟁을 강행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우리 나라의 중국향 반도체 수출이 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흔들리면 우리 반도체 업계가 받는 충격도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16일 관세청이 발표한 ‘2018년 6월 월간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월 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0.2% 감소한 512억 달러였으나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7.3% 증가한 113억 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은 사상 최대 월 수출액일 뿐 아니라 전년 동월 대비 기준, 2016년 11월 이후 20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올해 6월 반도체 수출액 중에서 중국 수출 비중은 41.3%에 달했다. 미국 수출 비중은 5.2%에 불과했다.

관세청은 중국을 중심으로 D램, 집적회로 등 반도체 수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으로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0% 상승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 악영향이 불가피하겠지만 업계 전망대로 중국의 타격이 더 크다면 결국 한국 반도체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흐름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하면 한국 수출 증가율은 1.6%p 하락하고 한국 경제성장률은 0.5%p 하락 압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한국 경제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감안할 때 중국이 경제 위기에 직면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역전쟁은 단기전? 장기전? = 미국이 중국을 어디까지 몰아세울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그간 중국은 무분별한 기술 탈취, 특허 침해 등 상도의를 어기는 행태를 보여왔다. 특히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기술을 유출하려 했던 사건이 미국으로 하여금 무역전쟁을 불사하게 한 큰 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25년까지 약 200조원을 투입해 자국 반도체 시장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한국, 미국 등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인력 및 기술 유출을 계속 시도해오고 있다. 결국 최근 무역전쟁은 미국이 중국의 이러한 방식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 압박이 중국의 ‘베끼기·유출’ 방식에 근본적으로 변화를 가져온다면 이는 결국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지배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뿐 아니라 파운드리 등 다른 영역에도 투자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노리는 중국과 이미 시장 선도적 위치에 있는 한국이 맞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중국 제재가 세계 패권 다툼의 일환이지만 결국 이 싸움이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단, 이 경우 미국이 장기전을 불사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면 세계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만일 장기화된 미·중 갈등이 출혈 관세 경쟁으로 비화된다면 세계경제가 극심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대공황을 경험한 미국이 최악의 상황까지는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으론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로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인플레이션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장기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특히 금리 민감도가 높은 내구재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대미 무역 비중이 높은 중국 역시 관세 전쟁으로 치달으면 심각한 타격이 예상돼 다른 카드로 미국 기업에 대한 인허가 제한 등 비관세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 모두 협소한 범위에서 무역전쟁을 단기전으로 끝내는 것이 좋다는 관측이다.

좀 극단적인 가정이기는 하지만 만일 중국이 대미 반도체 수입을 늘리는 조건으로 무역전쟁을 무마한다면 우리나라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17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미·중 통상전쟁과 대응전략 긴급세미나’를 통해 김형주 LG경제연구원 박사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은 한국 반도체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 수입을 늘릴 수 있다”라며 “한국으로선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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