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화웨이 장비에 가려진 5G의 가치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화웨이 5G 이동통신 장비 도입을 놓고 통신업계가 시끄럽다.

보통 통신사들은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특정 기업의 제품으로만 망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 3~4개 기업의 장비를 사용한다. 가격경쟁, 망 장애 발생가능성 등을 종합해서 지역, 물량 등을 배분한다.

최근 이동통신 업계 주요 화두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화웨이의 5G 이동통신 장비 사용여부를 들 수 있겠다. 기술되고 가격 맞으면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지 특정 기업 장비를 사용하는 게 그리 큰 이슈일까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경쟁관계에 있는 국산 장비의 준비 문제부터 보안에 대한 우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반감, 여기에 직접적이지 않지만 네티즌들은 사드 등 정치적 문제까지 거론하며 화웨이 장비 사용을 반대한다.

논란의 시발점은 국산장비, 즉 삼성전자가 3.5GHz 대역에서 준비가 덜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우리의 5G 세계 최초 상용서비스 과실을 중국 화웨이가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최근 삼성전자가 3.5GHz 장비 공급에 문제없다는 간담회를 열며 우려를 불식시키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의문부호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위 LG유플러스는 지난 LTE 때처럼 화웨이 장비를 통해 적극적으로 망구축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사업자가 뛰기 시작하면 같이 달리는 통신시장 특성상 초기 5G 네트워크 생태계가 자칫 화웨이 장비가 중심이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중국산 장비 보안우려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도입 자체를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한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민간에 특정 장비를 사용하라 말라 할 권한은 없어 보인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보안우려에 대해 정부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내용 보도 이후 보안 검증은 장비를 도입하는 이통사가 직접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2000년 중국산 마늘파동으로 곤욕을 치룬 정부가 섣불리 자국 기업 이익을 위해 무역조치를 취하려는 시도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기업 장비 도입과 관련해 이렇게 큰 이슈를 몰고 온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화웨이 장비 도입 문제는 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화웨이 장비 도입과 관련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5G 세계 최초 서비스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희석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특정 기업 장비의 보안 우려가 있다면 통신사와 관계기관이 명확하게 밝혀내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 또한 이번 일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을 국산 통신장비도 연구개발 및 경쟁력 확보에 더 매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내년 3월 세계 최초 서비스 타이틀은 특정 기업에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과기정통부와 통신3사는 공동 세계 최초 서비스 제공에 합의했다. 5G가 각 통신사에게 경영, 마케팅 측면 또는 정부의 성과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의 ICT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한 발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통신사, 디바이스는 물론, 국내 ICT 업계가 한동안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5G에 어떤 가치를 실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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