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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한국 먹여살릴 것이라던 토종 방송통신 기술의 씁쓸한 퇴장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10년후 한국을 먹여살릴 신기술로 평가받던 ICT 서비스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과거에는 미래 신기술로 평가됐지만 표준화 경쟁에서 밀리거나 더 새로운 서비스와 정책 등의 이유로 이용자들에게서 외면받고, 결국은 퇴출까지 이어지고 있다.

KT가 와이브로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KT는 오는 9월30일 와이브로 서비스를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역시 이용자보호 계획 등에 문제가 없다면 서비스 종료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 수가 5만여명에 불과한데다 통신사들의 투자 우선순위, 주파수 활용측면 등을 종합할 때 서비스를 계속 유지할 동력이 없다.

지난 2006년 첫 전파를 쏘아올린 와이브로는 노무현 정부 시절 10년, 15년후에 우리 ICT 산업을 먹여살릴 것으로 평가되던 서비스였다. 2004년 수립된 참여정부의 정보통신 전략 IT839의 8대 서비스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당시 8대 신규 서비스는 와이브로를 비롯해 DMB,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RFID 활용 서비스, WCDMA, 지상파DTV, 인터넷전화(VoIP) 등이었다.

8대 서비스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와이브로는 ETRI, 삼성전자, KT, SK텔레콤 등이 개발에 참여하며 토종 이동통신 기술로 평가됐다. 와이브로는 8대 신규 서비스 가장 상단에 이름을 올릴 만큼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표준화 경쟁에서 밀리면서 결국 실패한 서비스로 귀결이 됐다.

당시 와이브로만큼 주목을 받았던 또 다른 서비스는 DMB다. 한국형 모바일 방송기술로 와이브로처럼 세계 시장의 표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했지만 와이브로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DMB는 지상파, 위성 서비스로 나뉘어지며 수익창출에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위성DMB는 2012년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상파 DMB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전까지는 모바일 방송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다했지만 현재는 모바일IPTV, OTT 등에 밀려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반면, 지상파 디지털전환은 성공적으로 수행돼 방송시장의 질적향상을 이끌었고 인터넷전화도 유무선 모두 시장에 안착하며 통화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와이브로와 달리 표준화 경쟁에서 승리한 WCDMA는 여전히 전세계 많은 국가에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홈네트워크 서비스와 텔레매틱스, RFID 서비스의 진화도 현재진행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기업, 정부, 연구진이 중심이 돼 개발한 토종 통신·방송 기술인 와이브로와 DMB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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