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빗장풀린 금융 클라우드.. 'AWS 공포' 막을수 있을까

박기록
올해 4월18, 19일 양일간 서울에서 개최된 'AWS 서밋 서울' 행사 장면
올해 4월18, 19일 양일간 서울에서 개최된 'AWS 서밋 서울' 행사 장면
[기획/ 클라우드 전면허용과 금융IT의 변화 ④] 금융IT 업계 미칠 생태계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다. 금융 '퍼블릭(Public) 클라우드'가 허용됐다고 하더라도 금융권이 당장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 많게는 수년간의 기술적 준비 과정, 보안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다만 은행을 비롯한 국내 대형 금융회사 CEO들이 IT비용 급증에 따른 대응 전략으로 클라우드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CIO를 포함한 금융회사내 IT 조직도 이 기류를 인정하고 있다.

올해 4분기, '더 K 프로젝트'로 명명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국민은행은 10개의 개별 시스템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운용되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리눅스 기반 위주의 시스템 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물론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개방성이 강화된 퍼블릭 클라우드가 아닌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프라이빗(Private) 클라우드' 환경에 맞춘 시스템 환경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프라이빗 클라우드라고 하더리도 중장기적으로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국민은행의 '더 K 프로젝트'는 의미가 크다.

한편 은행권을 중심으로 퍼블릭 클라우드가 도입된다면 기존 금융IT 생태계에 미치는 후폭풍은 예상외로 강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금 주목해야할 것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서비스 업체들이다. 이들이 초기 금융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주도권은 상황에 따라 길어질 수 있다.

반면 아쉬운 것은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그동안 데이터센터 투자를 활발하게 해온 삼성SDS, LG CNS, SK(주) C&C 등 주요 IT서비스업체들이다. 이들은 주연이 아닌 조연에 머물 가능성 높다.

삼성SDS는 2014년 이후에 삼성그룹내 계열 금융사를 제와한 대외 금융IT 사업에선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공식적으론 다시 금융IT 시장에 재진입하겠다는 말은 없었으나 클라우드 등 신사업 분야에선 재진입 가능성이 점쳐지기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국내 IT업계, 금융 클라우드 시장에서 왜 '조연'에 머물 가능성 높은가 = 클라우드 전부문에 걸친 기술력과 비용, 서비스의 경쟁력만 놓고 본다면 국내IT서비스업체들도 외국계 기업들에 비해 뒤진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 클라우드' 시장만 좁혀놓고 본다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이 AWS 등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해 브랜드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야속하게 들리겠지만 클라우드 전문업체의 브랜드 경쟁력이 초기에는 국내 금융 클라우드 시장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2~3년전부터 클라우드 도입을 검토해온 A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클라우드 파트너를 선택하게 된다면 아마 브랜드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비용도 고려하겠지만 그 차이가 월등하지않다면 클라우드 브랜드 경쟁력이 중요하고, 같은 값이면 글로벌 업체를 선호할 것이란 예측이다.

일반화하긴 이르지만, 국내 대형 금융사들이 글로벌 클라우드업체를 선호한다면 그 이유는 비교적 단순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글로벌 브랜드의 평판이 도움이 된다고 보기때문이다. 은행들은 AWS, MS, IBM과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업체들이 가진 브랜드 파워가 시장 신뢰 형성에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디지털뱅킹 서비스에 기반한 인프라 확장을 통해 오프라인 점포보다 온라인 중심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뱅킹시스템에 있어서는 클라우드 방식을 통한 IT인프라 운영 전략을 가능성이 높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따지고 들어가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이 다소 쳐지기 때문에 브랜드 파워가 있는 클라우드 파트너를 선호할 것이란 예측이다. 일종의 보상심리다.

올해 초 ‘브랜드 파이낸스’가 선정한 ‘뱅킹 500 브랜드 2018(Banking 500 Brands 2018’에서 KG금융이 국내 금융권에서 브랜드 1위를 차지했지만 글로벌 순위에선 58위에 그쳤다.

◆국내 금융 클라우드 시장, 경쟁 구도는 어떻게? = ‘글로벌시장에선 AWS의 브랜드 파워가 높기 때문에 우리 금융회사들이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는 일견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 클라우드시장만 따로 떼놓고 본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들어 신한은행이 글로벌 시장에선 지금처럼 AWS를 클라우드 파트너로 선택하고, 국내에선 IT서비스 빅3중 한 곳을 클라우드 파트너로 선정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현재로선 관리의 문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때문에 이런식으로 따로 나눠 파트너를 이원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굳이 이 시나리오를 얘기하는 것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금융권 클라우드 이용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당분간 퍼블릭 클라우드를 국내에 한해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와관련 금융사고 발생시 법적 분쟁, 감독관할,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로 인해 현재로선 퍼블릭 클라우드를 허용하더라도 국내에서 생성된 중요 금융정보(개인신용정보 등) 데이터는 외국에 소재한 클라우드센터로 가져나갈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즉 ‘중요한 금융 정보의 국내 위치’ 조건이다. 다만 한시적인 것이다.

AWS의 입장에서보면, 국내 금융회사에서 생성된 중요 금융 데이터는 국내에 있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만 관리해야한다. 이 규정이 AWS로서는 불편할 수 있다. 반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현지법인은 현지법을 따르므로 '국내 금융 데이터'로 분류되지 않으며, 현지의 클라우드 센터를 제약없이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같은 ‘중요 금융정보의 국내 위치’ 조건때문에 국내에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잘 갖춘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이 AWS와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맞설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현재로선 글로벌 클라우드시장 1위인 AWS가 국내 금융 클라우드시장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중 국내에선 유독 AWS 브랜드 영향력이 높다. 글로벌 시장 1위이고 국내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전개한 이유도 있겠지만 AWS에 비해 IBM, 오라클 등은 체감상 크게 저평가(?)된 듯한 느낌이다. ‘클라우드 = 혁신’의 구도라는 이미지 경쟁에서 같은 글로벌 업체라도 AWS, MS에 비해 IBM, 오라클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는 IBM, 오라클이 지난 20여년간 국내 금융 IT시장에서 보여진 부정적인 이미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IBM은 메인프레임 논쟁을 거치는 동안 구악의 상징처럼됐고, 오라클은 10여년전 유지보수료 기습 인상 이후의 뒷통수 이미지가 남아 있기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은행과 같은 국내 금융권의 대형 레퍼런스를 만약 AWS와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업체에게 넘겨준다면, 국내 금융IT시장의 생태계에서 예상해볼 수 있는 변화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클라우드 환경에 적합하도록 금융권의 시스템 개발 및 구현 전략이 크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U2L(Unix to Linux) 프로젝트는 이제 점차 보편적인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

클라우드 환경에 적합한 시스템 환경과 솔루션 구현, 그리고 나아가서는 금융 차세대시스템 구현 전략에도 클라우드를 고려하게된다면 금융IT사업의 발주 관행의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또한 국내 중대형 IT서비스업체들이 공들여 정착해왔던 IT아웃소싱 시장도 물론 본질은 여전히 아웃소싱 시장이겠지만 세밀한 ‘과금’ 체계의 도입 등으로 인해 클라우드 중심의 관행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견, 중소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금융권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국내 IT서비스업체들에겐 새로운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새로운 클라우드 시장을 놓고 IT서비스 빅3뿐만 아니라 중견 IT서비스 업체들도 경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증권업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증권업계를 대상으로 파워서비스를 제공한 노하우를 가진 코스콤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그 자체로 IT아웃소싱 시장의 확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IT기업들에게는 호재다.

그러나 그 어떤 결론을 내리든, 현재로선 금융 클라우드 시장 생태계의 최상층부에 외산 클라우드업체가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국내 금융 IT업계에겐 아쉬운 부분이면서 동시에 지혜를 짜내야하는 부분이다.

금융IT시장 규모는 한 해 IT비용 5조5000억~5조9000억원대다. 국내 IT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IT 시장은 이제 금융 클라우드의 전면 허용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점차 접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