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클라우드 도입하는 국민은행 …“특정 밴더에 종속되지 않을 것”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B국민은행은 10월중 '더 K 프로젝트'로 명명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주간사를 선정한다. 이 사업을 놓고 LG CNS와 SK(주) C&C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사업자가 선정되면 오는 2020년 10월까지 24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국내 금융 IT 역사에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수없이 진행된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와는 여러면에서 다르다.

먼저, 국내 대형 은행에서는 처음으로 '빅뱅' 방식이 아닌 단계별 차세대시스템 개발 방식으로 진헹된다. 특히 계정계시스템을 제외한 정보계, 글로벌뱅킹시스템 위주의 혁신 사업이 선택적으로 진행된다. 주전산시스템 교체가 핵심이었던 기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사업의 관심 사항 자체가 180도 바뀌었다는 상징성을 가진다.

또한 단위 사업별로 별도로 발주되기 때문에 IT업체들의 사업참여 기회도 넓어졌다.

여기에 클라우드 아키텍처가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본격적으로 포함된 첫 사례이기도 한다. 그동안 꼭꼭 닫혀있었던 금융권 클라우드 빗장이 올해 7월 금융위의 클라우드 완화, 데이터산업 활성화 정책으로 풀리면서 국민은행은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우열 국민은행 IT그룹 대표
이우열 국민은행 IT그룹 대표
다양한 의미가 함축된 이 프로젝트를 이우열 국민은행 IT그룹 대표(사진)가 총지휘한다.

지난해 12월, CIO(최고정보화담당임원)로 임명됐다. 그는 IT 전문가 출신이 아니다. 기획 및 영업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통상적으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앞두고 IT부서 출신의 CIO를 선임하는 기존 국내 금융권의 관행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인사였다.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IT를 본다. 마치 콜럼부스의 달걀 처럼', 그동안 몇차례 이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받은 느낌이다.

<디지털데일리>는 이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차세대시스템을 포함한 국민은행의 IT 현안을 질문했다. 인터뷰는 추석 연휴전인 지난 9월14일에 진행됐다.

이 대표는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앞서 “사용자 관점에서, 고객 관점에서 편안한 IT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IT를 위한 IT는 하지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차세대시스템 대장정에 앞서 ‘실패에서 해답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서 실패한 사례를 들여다 보면서 그것을 경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관심이 큰 클라우드 도입과 관련해 “특정 클라우드 밴더에 종속되는 락인(Lock - In)을 경계하고 있다”며 “가급적 개방성을 확보하되 국민은행에 최적화된 클라우드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멀티 클라우드'를 지향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국민은행의 IT인력도 기존보다 크게 확충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자체 IT 인력 비중을 계속 높여 나갈 것”이라며 “자체 IT 개발 비중을 높이고, 또 앞으로 관리의 범위도 늘어나게 되는 만큼 이는 불가피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자체 IT인력 확대 방침은 그동안 KB금융그룹이 검토해왔던 그룹내 IT조직을 통폐하는 SSC (Shared Service Center)전략과는 거리가 있기때문에 상당히 의미있게 받아들여진다.

한편 여의도 국민은행 IT그룹 센터 1층에는 최근 전산센터의 엄숙함(?)과는 다소 어울리지 것 같지 않은 장소가 하나 생겼다. 방탄소년단(BTS) 멤버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3D 포토존이다. 이미 국내외 BTS 팬들 사이에서는 명소로 꽤 알려졌다. 심지어 여행사에서도 방문이 가능한지 연락이 자주온다. 국민은행을 방문한 외국 금융계의 고위 인사도 이곳을 직접 찾아올 정도로 핫 존이다.

이 BTS 3D 포토존의 아이디어는 이우열 대표가 냈다. 이 대표는 “고객들에게 디지털 경험을 어떻게 줄까 고민하다가 나온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항 면세점에서 가수들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을 보고, 이걸 어떻게 입체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실행에 옮긴 것이다.
다음은 이우열 대표와의 일문 일답.

▶ '더 K 프로젝트'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현재 프로젝트 진행 상황은?

=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더 K 프로젝트'에서 선정한 14개 사업중 비대면채널, 마케팅허브시스템, 통합인증시스템 구축 등 10개 사업에 대한 통합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10개 사업외에 글로벌뱅킹시스템, 통합콜센터 등 4개 사업은 별도로 발주될 예정이다. 당초 이 4개 사업도 추석전에 사업을 발주할 계획이었으나 IT업체들의 사정을 고려해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뤘다. 조만간 발주될 것이다.

* 국민은행은 2018년 11월부터 개발에 착수 2010년10월까지 사업을 진행한다. 분석 4개월, 설계 4개월, 개발 7개월, 테스트 및 이행 9개월이다.

▶'더 K 프로젝트'는 기존 빅뱅식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와는 다르게 각각의 개별 사업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프로젝트관리(PM)다. 시스템간의 연계성 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PM이 중요해졌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국내 금융권에서 실패했던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례들을 철저히 연구하고, 참고할 것이다. 실패론에서 교훈을 얻고 리스크를 막을 생각이다.

▶10개 사업을 '통합 발주'하면서 결과적으로 과거 빅뱅식의 모양새가 된 측면도 있어 보이는데

= 분석해보니 이 10개 사업은 업무별 연계성이 매우 강한 것들이었다. 프로젝트의 효율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렇게 결정했다.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지만 개별 시스템이 완성되는대로 오픈된다. 기본적으로 IT를 위한 IT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떤 고정관념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다. 현업 사용자와 고객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IT는 뒤에서 지원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더 K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이 클라우드 구축이다. 이번 10개 개발과제에도 포함됐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 일단 이번에는 클라우드 상세설계 및 서버보안 커스터마이징, 클라우드 인프라 관리시스템 구축을 사업 과제로 설정했다. 기술 및 업무 제약 요건을 고려해 클라우드 대상업무를 도출한뒤 법규 및 제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과 이행 모델을 선정할 계획이다.

참고로 이번 '더 K 프로젝트'에서는 신규 및 재구축 업무를 대상으로 프라이빗(Private) 클라우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의 시스템은 단계적 클라우드 전환 계획을 수립한 뒤 순차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

▶ 국민은행이 지향하는 클라우드 전략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국내 금융권에선 신한은행 사례를 포함해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는 단계다. 퍼블릭, 하이브리드, 프라이빗, 멀티 클라우드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IT인프라를 가장 최적화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찾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다만 특정 클라우드 업체에 락인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복수의 클라우드 체제로 가는 것이 현재로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AWS, MS, 구글, KT, IBM 등 관련 클라우드 업체들로 부터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얘기들을 들을 계획이다.

▶'더 K 프로젝트'를 앞두고 이를 실행할 IT인력에 관심이 높다. 외부 IT업체들도 IT인력을 그렇게 풍부하게 운용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은행의 IT인력은 어느 정도 충원되는가?

= 현재 국민은행의 IT인력이 550명이 있다. 100명을 더 늘렸다. 전문가 80명을 영입했다. 올해 하반기에 130명 추가로 뽑아 800명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가능하면 자체 IT 개발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관리의 범위도 넓어졌다. IT인력 양성과 육성에도 IT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 K 프로젝트'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국민은행의 IT가 왜 성공돼야한다고 생각하는가?

= 예전에는 은행들이 상품 개발 경쟁을 할 때 소위 '카피'(Copy)전략이 통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불가능한 시대다. 지금은 상품에 '데이터'가 들어가기때문이다. IT의 지원없이는 경쟁력있는 상품 개발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결국 IT 경쟁력에서 비즈니스 성패가 갈린다.

참고로, 기술적인 부문에서의 PI 컨설팅은 이미 EY한영이 완료했으며, 현재 현업의 비즈니스 변화와 요건을 고려한 '비즈니스 PMO 컨설팅을 좀 더 진행할 계획이다.

▶CIO로 부임한 이후, 이 대표께서는 국내외 주요 IT컨퍼런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소감은?

=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거 보다 빨리 바뀐다. 기술이 너무 빨리 바뀐다. 물론 우리 IT가 그것을 다 수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은 빨리 바뀌는데 얼마나 빨리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이와함께 IT조직의 컬처에 어떠한 새로움을 추구할 것인가, 또 디지털라이제이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도 고민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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