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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자체 IT인력 크게 늘린다…20년만의 반전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B국민은행이 자체 IT인력을 크게 확대한다. 현재 550명 수준인 자체 IT 인력 규모를 800명선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금보다 35~40% 순증하는 셈이다.
국민은행 IT그룹뿐만 아니라 은행내 디지털뱅킹 부서의 범위가 커진만큼 IT 및 전문인력이 상황에 따라서는 더 늘어날수도 있다.

주목할 것은 국민은행의 이같은 자체 IT인력 확대 방침이 올해 4분기에 시작될 차세대 프로젝트(일명 '더 K 프로젝트)를 위한 일회성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핵심 IT전략방향으로 설정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자체 IT인력을 축소해왔던 다른 은행들의 전략에도 변화를 미치게될 지 관심이다.

국민은행 CIO인 이우열 IT그룹 대표는 최근 <디지털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가능하면 앞으로 자체 IT 개발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고, 이를 위해 IT인력 육성을 주요 IT전략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관련하여 올해 전문 분야에서 80명을 채용했고, 올해 하반기에 IT부문에 추가로 13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디지털뱅킹 전략이 격화되고 있는 만큼 자체 IT 개발 및 관리 역량을 높여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아을러 은행의 IT거버넌스를 강화하고,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SI 프로젝트에서 부실화를 막겠다는 포석이다.

◆ 금융권 “자체 IT역량 확보, 매우 중요해 졌다” = 실제로 국내 은행권 내부적으로는 최근 몇년새 IT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이를 책임지고 개발 및 관리할 자체 IT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IT개발 프로젝트의 품질이 이제는 은행의 시장 경쟁력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체 IT역량의 확보가 매우 중요해졌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금융권 자체 IT인력의 양적, 질적인 부족은 구조적인 문제다. IT의존적인 업무는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지만 IT인력은 그와 비례해 늘지 않았고, 대신 외주 비율을 높여왔다.

그러나 외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제한적이고, 급변하는 금융 비즈니스에 특화된 노하우를 외주업체에 기대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은행내 자체 IT인력은 단순한 후선 업무지원 조직이 아니라 은행 혁신의 핵심 자원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또한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우리는 더 이상 금융회사가 아니라 IT회사'라고 할 정도로 자체 IT역량을 키우고 있는데, 이같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행보도 국민은행의 전략 선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국민은행이 채용하는 전체 직원(신입/경력)은 약 700명 수준인데, 이중 IT부문이 3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KB국민은행의 전체 직원수는 약 1만6800명(기간제 근로자 980여명 포함)수준이며, 800명 수준으로 IT인력이 확대될 경우, 전체 직원수 대비 IT인력 비중은 5%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의 IT 인력 규모는 자체 IT 인력과 IT자회사 및 외주인력 등을 합산해서 봐야하는데, 자체 IT인력 규모로만 본다면 국민은행은 평균 400명 수준인 타 시중은행들보다 크게 앞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국내 은행권이 자체 IT인력을 점차적으로 축소해왔던 방향성에 비춰봤을때 매우 의미있는 반전이다. 지난 1998년 와환위기로 촉발된 은행권 구조조정이후, 거의 20년 동안 국내 은행권은 자체 IT인력을 축소시키고 IT아웃소싱을 늘려왔다.

이와함께 국민은행의 IT전략 선회는 기존 KB금융그룹 전체의 IT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B금융그룹은 그동안 그룹내 IT자회사인 KB데이타시스템을 중심으로 그룹내 계열사의 IT조작을 통합운영하는 이른바 SSC(Shared Service Center)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졌었다.

실제로 지난 2011년말, KB금융그룹은 이같은 내용의 SSC 전략을 실행에 옮기려다 백지화시킨 전례가 있다. 당시 SSC 전환에 따른 효용성을 놓고 국민은행 내부의 반발도 있었고, SSC 전환시 회계처리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 국민은행이 자체 IT역량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분명히함에 따라 기존 KB금융그룹의 SSC 전략은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해석된다.

◆직원들 IT역량 강화 프로그램 총가동 =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허인 행장 취임이후 당초 예상을 깨고 상당히 공격적인 IT 전략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총 3000억원(전체 사업비 기준)으로 추산되는 '더 K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자체 IT인력 육성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근본적인 IT전략의 변화가 엿보인다.

IT인력의 육성은 IT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의 IT역량 강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올해 채용한 특성화고 신입행원 전원을 대상으로 총 22시간 과정으로 IT기초교육 진행중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 신입행원 전원을 대상으로 IT 기초교육을 신입행원 연수 과정에 포함시켜 진행할 예정이며, 예상교육 기간은 1주(40시간)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은행 이우열 IT그룹 대표는 IT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더 K 프로젝트' 추진일정과 관련해, “이번 10개 통합 사업과 별개로 진행되는 글로벌뱅킹시스템 구축 등 4개 사업도 곧 별도로 발주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클라우드 도입' 계획과 관련해서는 “클라우드로의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 MS, 구글, IBM, KT 등 주요 5개사로 부터 얘기를 들었다”며 “보다 많은 고민을 통해 국민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더 K 프로젝트' 를 포함한 국민은행 IT현안에 관한 이 대표와의 인터뷰는 추후 별도의 지면을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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