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반차장보고서] TSMC 북미 4나노 양산 돌입…앱솔릭스, 연내 투자 가능성 대두

배태용 기자

반도체⋅부품 관련 정책 동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한 주 동안 열심히 달린 <소부장반차장>이 지난 이슈의의미를 되새기고, 차주의 새로운 동향을 연결해 보고자 주간 보고서를 올립니다. <반차장보고서>를 통해 한 주를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TSMC. [ⓒ연합뉴스]
TSMC. [ⓒ연합뉴스]


TSMC, 美 공장서 4나노 칩 양산 시작…美 상무장관 "큰 성과"

글로벌 선두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4나노미터(㎚) 칩 양산을 시작했다는 언급이 나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현지에서 4나노 칩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TSMC는 미국 진출을 위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해왔으며, 지난해 말부터 1공장(P1) 일부 라인에서 4나노 칩 양산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 바 있다. TSMC는 2공장(P2)에서 2나노 칩을, 지난해 투자를 확정한 3공장(P3)에서 1.6나노(A16) 등 최선단 칩을 양산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러몬도 장관은 해당 라인의 양산 시작을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이룩한 주요 성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 노동자들이 대만과 동등한 수준의 수율과 품질로 칩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역사상 한번도 해보지 않은 큰 일"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반도체지원법을 마련하고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현지 투자를 이끌어왔다. TSMC 역시 지난해 11월 반도체 지원금 66억달러를 확보한 바 있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이 첨단 로직 칩 등의 현지 생산 비중을 전세계의 20% 수준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SKC 앱솔릭스 유리기판.
SKC 앱솔릭스 유리기판.


'유리기판 열풍' 부른 앱솔릭스, 연내 투자 가능성 주목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현장의 SKC 부스를 방문해 유리기판을 언급하면서 SKC 자회사 앱솔릭스의 연내 양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유리기판 상용화 시기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앱솔릭스의 샘플 테스트 및 적용 여부에 따라 그룹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게 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앱솔릭스는 유리기판 연내 대량 양산을 목표로 반도체 제조사 대상 샘플 테스트 및 시제품 양산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작년 완공한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설비를 반입하고 있으며, 대량 양산을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유리기판은 반도체 업계의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이다. 인쇄회로기판(PCB)의 코어층 소재인 유리섬유 강화 에폭시 레진(FR4)을 유리로 대체한 것이다. 유리기판을 활용하면 거친 표면으로 한계가 있던 미세 회로를 구현할 수 있으며, 높은 내열성 덕에 3차원 집적회로(3D IC) 등의 휨현상(Warpage)를 줄일 수 있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전력반도체(PMIC)를 비롯한 수동소자를 기판에 내장할 수 있는 것 역시 이점이다. 신호 특성도 우수해 인공지능(AI) 등 데이터센터용 제품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AI반도체 칩의 공급 차질을 불러왔던 인터포저 공정을 활용하지 않는 점이 큰 강점으로 꼽힌다. 2.5D 패키징을 활용하는 AI칩의 경우 PCB 위에 실리콘 인터포저를 실장하고, 그 위에 고대역폭메모리(HBM)와 GPU 등을 얹는 형태다. 문제는 이에 활용하는 실리콘 인터포저가 40~50나노미터(㎚)대의 구 공정인 탓에 생산능력이 낮다. 비싼 실리콘 대신 유기소재를 사용한 인터포저는 낮은 평탄도와 취약한 열 내성으로 불량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반면 유리기판은 기판 위에 곧바로 HBM·GPU를 집적할 수 있어, 인터포저 없이 신호 특성이 높은 칩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강점으로 인해 반도체 업계 내에서도 유리기판의 가능성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실제로 SKC가 구성한 CES 2025 현장 부스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방문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 회장은 SKC의 유리 기판 모형을 들어올리며 "방금 팔고 왔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상용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돌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양산과 상업화가 연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기판 소재인 유리가 기존 PCB 소재 대비 균열에 취약한 탓에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양산 단계에서의 원가 등 비용적 측면에서도 검증된 바 없어, 인터포저를 활용한 방식과의 우위도 확실하게 성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

현재 유리기판의 상용화 난제로는 한 기판에 여러 형태의 구멍(Via Hole)을 새기는 유리관통전극(TGV)과 개별 기판으로 자르는 싱귤레이션 공정이 꼽힌다. 비아홀을 형성하거나 기판을 자르는 과정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불량이 발생하기 쉽고, TGV 이후 구리 도금 과정에서 금속 접착력을 높이는 기술도 난제로 꼽힌다. 이 과정이 수율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관련 기술 성숙도가 높아야만 대량 양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GB10을 소개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GB10을 소개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 美 AI칩 추가 수출규제 조치에 반발…"미국 리더십 약화될 것"

엔비디아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첨단 인공지능(AI)칩에 대한 신규 수출 통제 정책에 대해 미국의 경쟁력 저하를 유발한다는 비판을 내놨다. 기존 중국 수출 규제와 함께 중국으로 우회적으로 수입될 우려가 있는 제3국으로도 제한 조치를 취하자 이같은 반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네드 핀클 엔비디아 부사장은 13일 엔비디아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전례 없는 잘못된 AI 확산 규제로 주요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 하고 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혁신과 경제 성장을 방해하고 미국의 리더십을 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막바지 비밀리에 적절한 입법 검토 없이 200페이지가 넘는 규제 혼란으로 미국의 리더십을 훼손하려 한다"며 "이 광범위한 권한 남용은 미국의 주요 반도체, 컴퓨터,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전 세계적으로 설계되고 마케팅되는 방식에 대한 관료적 통제를 부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전날 신규 수출통제 조치를 공개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미국 상무부는 첨단 AI 칩에 대한 기존의 수출통제 조치를 강화하고 우회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수출관리규정(EAR)을 개정해 AI 수출 규제 대상을 넓힌 바 있다. 한국을 포함한 핵심 동맹 및 파트너국 18개국은 이번 조치에서 면제하되, 미국이 지정한 무기금수국 22개국에는 현재와 동일하게 미국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하도록 했다. 해당 국가에는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을 비롯해 이란, 이라크, 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중동·중앙아시아 국가 등이 포함됐다.

이번 규정은 중국이 중동을 비롯한 제3국을 통해 AI칩을 수입하는 등 우회책을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AI칩 팹리스들은 중국으로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저사양칩 출시 등을 지속해왔으나, 미국 정부가 관련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이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2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만큼 관련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변수가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는 비슷한 기조를 두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1기 당시 개별 기업 협상 등에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 만큼 다른 양상을 띨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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