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반차장보고서] '2나노 격전' 투 트랙 전략 짠 삼성…파운드리 인력 모시기 '경쟁 본격화'

배태용 기자

반도체⋅부품 관련 정책 동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한 주 동안 열심히 달린 <소부장반차장>이 지난 이슈의의미를 되새기고, 차주의 새로운 동향을 연결해 보고자 주간 보고서를 올립니다. <반차장보고서>를 통해 한 주를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삼성전자의 텍사스 테일러시 부지 전경 [ⓒ삼성전자]


내년 2나노 격전 발발…삼성전자, '첨단·레거시' 투 트랙 짠 이유는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정 선폭이 2나노미터(㎚)대로 진입하면서 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파운드리 간 격전이 예상된다. 대만 TSMC가 기존 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은 고객 수요를 선점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인텔, 일본 라피더스 등이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2나노 GAA 공정을 예정대로 개발해 수율 안정화를 도모하되, 예년과 달리 기존 공정에 대한 성숙도 향상에 더욱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한다. TSMC 추격을 위해 차세대 개발에 몰두하다 기존 수요마저 놓친 사례가 있는 만큼, 중국 업체 등의 TSMC 이탈에 따른 수혜를 우선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중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투자에 대한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반기 업황 둔화와 고객사 수주 저조에 따라 지연했던 투자를 재개하겠다는 의도다. 건물 공사가 대부분 완료된 1공장은 이르면 상반기 중 설비 반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2공장은 내년 하반기 착공을 시작해 2026년부터 설비가 반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확한 용처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력인 4나노 공정과 차세대인 2나노 공정이 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본격화될 SF4X 등 4나노 파생 공정을 확대해 기반을 다지면서도 2나노 진입 계획을 유지, TSMC 추격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2나노 공정 시험 생산을 위해 화성 사업장 S3에 생산설비를 도입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반도체 업계는 2나노 파운드리 공정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TSMC 등 주요 파운드리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 전환이 이뤄지는 시기인 데다, 인공지능(AI) 본격화로 투자가 확대되는 하이퍼스케일, 온디바이스AI 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예정이어서다.

삼성전자는 2나노 수율 안정화를 추진하는 한편 성숙(Legacy) 공정 사업 확대라는 목표도 함께 추진한다. TSMC 추격을 위해 첨단 공정 개발에만 집중해왔던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이는 TSMC 대비 선제 도입을 실시하고도 역전하지 못했던 사례를 줄이고, 확실한 내실 다지기로 격차를 좁혀나가겠다는 전략의 변화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과거 7나노 공정 개발 당시 극자외선(EUV) 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전략을 취했다. EUV 도입 시 차기 공정 수준을 크게 앞당길 수 있는 만큼, 초미세공정에서 TSMC와의 격차를 벌려놓겠다는 목적에서였다. 하지만 높은 EUV 운용 난도와 안정화 지연으로 TSMC와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게 됐다. 아울러 2022년 GAA 구조를 선제 도입한 3나노 공정에서도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이를 끊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레거시 집중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레거시 사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받는 공정은 4나노, 7나노, 12나노 등이다. 이들 공정은 비교적 첨단 제품을 생산할 수 있으면서도 기술 성숙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최선단 AI칩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제외한 영역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TSMC. [ⓒ연합뉴스]


"연봉 올리고 복지 늘리고"…귀한 몸 반도체 인력 모시는 '파운드리'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가 반도체 인력 확보를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연봉 인상과 복지 강화는 물론, 근무 환경 개선과 인재 육성 프로그램까지 총동원하며 '귀한 몸' 반도체 엔지니어를 모시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의 인력 확보 경쟁은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증가와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맞물리며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이 인력 확보에 힘을 주고 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팹리스)의 주문을 받아 웨이퍼 제조 및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분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 발전이 고도화되면서 전문 인력 수요가 급증, 엔지니어 부족이 업계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공정의 미세화 경쟁이 심화하며 극자외선(EUV) 장비를 다룰 수 있는 고급 기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기술 인력 부족은 단순히 생산 효율성 저하를 넘어서 기술 개발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업계는 인재 확보를 위해 각종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는 연봉 인상과 복지 강화를 통해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TSMC는 최근 평균 연봉을 약 NT0만(약 1억원)까지 올리며 대만 평균 임금의 3배 수준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자녀 돌봄 휴가, 재택근무 확대 등 다양한 복지 제도를 도입하며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잉 이어 내년부터는 'TSMC 베이비 3.0' 정책을 시행, 직원들에게 자녀당 최대 10일의 유급 육아 휴가를 제공뿐 아니라 불임 치료 및 입양도 지원한다. 직원들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보장하는 동시에, 대만 내 기술 인력 이탈을 방지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도 인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과 한국 평택 캠퍼스 확장을 통해 3나노 공정 기반의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신입 엔지니어 채용 시 연봉을 업계 평균 대비 10%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또한, 기숙사 및 통근 버스 확대, 자녀 학자금 지원 등 기존 복지 제도도 강화했다. 특히, 사내 교육 프로그램 '삼성 아카데미'를 통해 신규 엔지니어들의 기술 역량을 단기간에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인텔과 일본의 라피더스도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텔은 차세대 공정인 'Intel 18A'(1.8나노미터) 개발을 본격화하며 미국 내 반도체 인재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신규 공장 설립은 물론, 엔지니어 연봉 인상과 근무 환경 개선 등을 통해 첨단 공정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본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미터급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국내외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고연봉을 제시하며 영입을 시도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엔지니어 채용 및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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