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사업 도돌이표·DDI 침체…시름 깊은 LX세미콘 [소부장반차장]

고성현 기자

LX세미콘 대전 캠퍼스 전경 [ⓒLX세미콘]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LX세미콘이 이어지는 IT 전방 수요 둔화 및 경쟁 심화로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높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매출 비중 해소를 위한 신사업 발굴도 2년여째 추진하고 있으나 마땅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LX세미콘이 차량용·가전용 신규 부품과 전력반도체(PMIC)를 신사업으로 낙점한 만큼, 관련 성과가 도출돼야만 부진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X세미콘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4948억원, 영업이익 491억원이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51% 하락하고 영업이익은 26.8%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 17.8%, 영업이익 43.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LX세미콘의 주요 사업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용 DDI로,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88.9%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LG디스플레이로 애플에 탑재되는 아이폰용 OLED DDI와 TV용 DDI 등을 공급하고 있다.

기존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에 공급되는 DDI를 독점 납품해왔다.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해 나온 범LG그룹 계열사인 만큼 관련 비중이 높았던 덕이다. 하지만 대만 노바텍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 공급망에 포함되면서 공급량이 줄게 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디스플레이 시장이 고금리와 수요 위축 동반에 따른 둔화 상황이 지속되는 것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IT 전방 산업 수요 둔화와 스마트폰 시장 부진이 DDI 물량 하락 및 가격 하방압력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 등 경쟁 심화와 삼성디스플레이 공급망 진입 지연, LG디스플레이 비중 감소 등이 이어진다면 내년 수익성이 추가적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기적으로는 DDI를 대체할 캐시카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X세미콘 역시 사업 다각화를 위해 LG그룹 계열 분리 후 신사업 발굴을 지속하고 있지만, 어려운 시황과 진입장벽 등으로 인해 실적 가시화가 더뎌지고 있다.

2022년 텔레칩스 지분 투자 후 추진키로 했던 신사업 발굴이 대표적 사례다. 양사는 지분 투자 계약 체결 이후 정기적인 신규 아이템 연구개발(R&D)을 위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 배경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이 꼽힌다. 가혹한 주행환경을 견뎌야 하는 차량용 칩 시장 특성상 한번 진입한 공급사가 유지되는 경우가 대다수인 데다, 이마저도 배타적인 공급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고객 다각화도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 IT 제품 대비 칩 물량 공급 수준이 낮은 반면 차량 제조사의 요구 수준은 높아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신규 반도체 칩 아이템으로 선택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MCU의 경우 이미 ST마이크로·인피니언·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이 과점하고 있다. 가전용 MCU는 LG전자 등과의 협업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차량용으로는 적은 탑재 물량과 가격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셈이다. 실리콘카바이드(SiC) 등 PMIC 역시 ST마이크로와 NXP, 르네사스 등 유럽·미국·일본과 같은 주요국들의 경쟁 기업이 입지를 이미 다져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LX세미콘의 매출 다각화를 위한 열쇠로 전기차 방열기판을 지목하고 있다. LX세미콘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중 가장 전망이 밝은 데다, 인접한 국내 고객사 등으로의 납품 가시성도 눈에 들어오고 있어서다. MCU, PMIC 대비 단가가 높아 DDI 매출 비중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LX세미콘은 2022년 경기 시흥에 지은 방열기판 공장을 올해 본격화하며 시제품 생산 등에 돌입했다. 다만 안전성을 이유로 고객사 인증 기간이 긴 차량 시장 특성상 실질 납품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방열기판 역시 글로벌 차량 업체들의 진입장벽이 높은 상황이지만, 차량 전동화로 신규 공급사에 대한 니즈가 생기고 있는 분야 중 하나"라며 "국내 등 고객사 진입으로 납품이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매출 확보를 위한 가시성이 가장 높은 신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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