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 레드햇 '후폭풍'…더 주목받게된 국민은행 '차세대' 사업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IBM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업체인 레드햇을 340억달러(한화로 약 38조8900억원)에 인수한다는 발표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무엇보다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글로벌 IT시장의 핫 이슈로 떠로은 '클라우드' 시장 지형을 일거에 바꾸고 ‘넘버1’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양사의 결합이 국내 기업용(엔터프라이즈) IT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이번 발표는 그동안 국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약세에 몰렸던 IBM에게 다시 반격의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KB국민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일명 ' 더 K프로젝트')사업의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사업에 레드햇의 오픈스택 플랫폼 및 오픈시프트가 핵심 솔루션으로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향후 'IBM + 레드햇' 조합이 국내 최대 은행의 '클라우드' 레퍼런스 확보했다는 상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오는 2020년10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며,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이 사업의 주 사업자로 선정된 SK(주) C&C는 국민은행측에 오픈스택과 VM웨어, 오픈시프트 옵션을 제시해 직접 고객이 선택하도록 제안을 한 반면 LG CNS는 VM웨어와 오픈시프트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등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IBM의 영업망에 오픈소스와 같은 혁신 솔루션 이미지가 더해진다면 영업 기회가 커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또한 레드햇 입장에서도 IBM이 주도하는 대규모 ITO(IT아웃소싱)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엔터프라이즈 IT시장에 미칠 변화는? = 현재 레드햇의 매출은 IBM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다. IBM의 최근 분기 매출이 188억6000만달러인데 비해 레드햇은 고작 8억2300만달러에 불과하다. 무려 23.5배 차이다.
하지만 IBM은 5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며 이번 분기에도 2.1% 줄어든데 비해 레드햇은 14% 증가했다. 매출이나 인력 등 규모 자체는 작지만 전망은 밝다. 이는 국내도 비슷한 실정이다.
이번 인수로 IBM의 거대한 엔터프라이즈 고객 기반과 레드햇의 오픈소스 솔루션이 결합될 경우, 그 시너지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국내에서 단기적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U2L(Unix to linux)다.
현재 금융권과 공공 등 여러 분야에서 리눅스 기반 x86 서버 시스템으로써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물론 IBM은 지난 2014년 자사의 x86 서버 사업부를 레노버에 넘겼으나 여전히 메인프레임와 파워시스템이라는 하드웨어를 보유하고 있다.
파워시스템은 IBM의 유닉스 운영체제(OS)인 AIX와 함께 리눅스 OS를 지원한다. 현재 리눅스에서 돌아가는 파워시스템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IBM의 설명이다. 기업에선 주로 기술지원이 제공되는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 OS를 선호한다. 그동안 리눅스와 x86 서버의 결합에 따라 수혜를 입었던 곳은 HPE와 델 EMC와 같은 업체들이었다.
이번 합병에 따라 IBM은 ‘파워시스템 + RHEL’의 조합이라는 옵션을 제시할 수도 있고, 기존대로 x86 플랫폼을 고객이 택하더라도 이로 인한 수익을 그대로 거둘 수 있다. 다만 HPE나 델 EMC 같은 기존 하드웨어 업체들과 IBM이라는 배경을 갖게 된 레드햇의 기존 관계가 그대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클라우드 영역에서도 잠재력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RHEL은 현재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선호하는 리눅스 OS 중 하나다.
IBM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레드햇 리눅스는 대부분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라도 모두 사용된다. IBM 입장에선 퍼블릭 클라우드 영역에서 밀리더라도 레드햇 리눅스 등을 통해 이 분야에서 직접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해진다.
◆클라우드 시장, 주도권 경쟁 큰 변수 = 무엇보다 국내에선 프라이빗 클라우드 영역에서의 기회가 클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업이 ‘혁신’을 위해 퍼블릭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동시에 여전히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 이때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 선택지로 꼽히는 것이 오픈소스 IaaS인 ‘오픈스택’이다.
레드햇은 현재 오픈스택 상용 배포판 중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롯데정보통신과 KBS 등이 레드햇 오픈스택 플랫폼(RHOSP)을 사용 중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양사의 중복된 제품 포트폴리오의 정리, 파트너 생태계, 상이한 조직 문화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당장 미들웨어 분야에서 IBM의 ‘웹스피어’와 레드햇의 ‘제이보스’, PaaS 영역에서 IBM 블루믹스와 레드햇 오픈시프트컨테이너플랫폼 등은 경쟁 관계에 있다.
또, 레드햇이 합병 후에도 IBM 내에서 독립적인 부서로 남는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여러 회사들과 협력해 온 만큼 중립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
한편 오는 11월 6일 한국레드햇은 자사의 연례 오픈소스 기술 행사인 ‘레드햇 포럼 서울’을 삼성동 인터컨티넨털 코엑스 호텔에서 개최한다. 레드햇 창립 25주년을 맞은 해인 만큼 짐 화이트허스트 레드햇 회장 겸 CEO 방한이 예정돼 있어 국내 고객 및 파트너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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