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게임, 콘텐츠 완성도 상향평준화 추세 - ‘오크:전쟁의서막’ 등 과금 설계도 호평 얻으며 시장 안착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에서 중국산 게임들이 대거 눈에 띈다. 국내 대형 신작의 부재가 이어지고 기존 게임들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면서 중국산 게임들이 일제히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산 게임들이 이러한 시장 틈새를 비집고 성과를 낸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게임 완성도가 상당한 수준에 오른 까닭이다. 일부 중국산 게임은 과금 설계 측면에서 이용자들의 호평을 얻으면서도 매출 순위가 높아 주목된다.
23일 구글플레이 게임부문 최고매출 순위에 따르면 상위 20종 게임 가운데 중국산이 7종에 이른다. ▲오크:전쟁의서막(5위) ▲왕이되는자(6위) ▲마피아시티(8위) ▲신명(9위) ▲총기시대(11위) ▲라스트쉘터(13위) ▲로드모바일(16위) 등이다. 최근 들어 이들 게임이 20위 안쪽에서 계속 머물고 있다.
이 가운데 얼마 전 출시된 오크:전쟁의서막의 인기가 상당하다. 이달 초 출시 직후 가파르게 매출 순위가 상승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 게임이 이용자 부담이 덜한 방향으로 콘텐츠 설계가 돼있다는 것이다. 아이템 구매 여부에 따른 전투력 편차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오크:전쟁의서막은 중국산 게임의 대표적 특징으로 거론되는 VIP 시스템이 없다. 게임 내 VIP 시스템은 유료 결제를 많이 할수록 혜택을 더해주는 콘텐츠 설계이자 수익모델이다. VIP 시스템을 두고 과금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는데, 이를 채택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최근엔 국내 업체들이 VIP 시스템을 본뜨거나 이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오크:전쟁의서막처럼 일부 중국산 게임들은 개발사나 퍼블리셔들이 단시일 내 매출을 확보하기 보다 게임 완성도와 장기간의 서비스에 무게중심을 두는 사례가 두드러지고 있다.
앞서 인기를 끈 가이아모바일의 ‘영원한 7일의 도시(중국 넷이즈 개발)’의 경우 캐릭터 행동력(스태미나)에 제한을 두고 이를 유료 아이템으로 풀지 않았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행동력을 풀어달라고 요청이 나올 정도였다. 시장에선 ‘국내 업체라면 행동력을 팔지 않았겠냐’라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오크:전쟁의서막을 서비스 중인 이펀컴퍼니 측은 “기존 게임에선 상위 유저들 일부가 많은 과금을 하는 편이었다면, 오크의 경우 (고액 결제자보다는) 과금을 하는 모수 자체가 많아서 매출이 높게 나오는 것으로 본다”며 “인기 요인으로는 25인 레이드(단체전투)에서 유저가 27개 각성직업을 최적의 팟으로 구성하는데 각각의 역할론이 뚜렷하게 정해지고 난이도 역시 어려운 수준이라 재미있게 즐기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선 중국 업체들이 현지에서 검증을 거친 게임들과 함께 각종 실험적 시도를 담은 게임도 계속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만간 중국에서 중량급 신작이 들어온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으나 최근에 덩치가 작은 중국산 게임들도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업계 전반이 비상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뿐 아니라 중화권에서도 국내에 게임을 직접 출시하거나 지사 설립을 검토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내년 상반기에 시장 테스트 성격의 게임이 나오다가 내년 하반기 들어 대형 신작들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