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 SK하이닉스는 매입만…이유는?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자사주 매입 후 처리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매입 후 소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매입한 채로 보유 중이다.
삼성전자는 실제적인 주주환원 행보로 볼 수 있다. 물론 정부의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조라는 배경이 크게 작용했지만, 결국 배당과 함께 대표적 주주환원책인 자사주 소각을 실제 이행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번 자사주 소각에 앞서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규정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로 삼성생명·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지난 5월 매각했다. 지난달 30일 자사주 5억3000만여 주 소각 계획을 밝힌 삼성전자는 조만간 변경 상장 관련 공시를 낼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처리에 대해선 업계 의견이 엇갈린다. 올해 보통주 2200만주를 취득했지만 소각 계획은 없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은 그 자체로 주가 상승 요인이 돼 주주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시장에선 매입 후 소각이 이뤄져야 주가 안정 효과가 더 클 뿐 아니라 배당처럼 실질적인 이익 환원 효과가 뒤따른다고 본다.
자사주 매입은 다시 되팔 가능성이 남아있어 효과가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매입에 그치는 경우, 일반적으로 기업이 운영자금을 확보하거나 임직원 성과급을 마련하려는 목적인 경우가 많다.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 현금으로 두기보다 주식 형태로 보유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좋을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부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주주 환원의 일환으로 보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내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주주환원책 중 하나인 배당은 실적 변동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는 게 SK하이닉스 방침”이라면서도 “한편, 자사주 매입은 소각을 전제한 게 아니어서 주주환원으로 간주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기관투자자들에게 ‘M&A(인수합병) 재원 확보’가 자사주 매입 목적 중 하나라고 설명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회사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M&A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금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보다 자사주 형태로 보유해 주가 상승 시 되팔아 투자·운영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자산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추후 ‘임직원 성과급’ 지출을 고려한 처사로도 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취득한 자사주도 같은 식으로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업황 악화로 주가가 좋지 않아 시장 상황이 개선되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효과를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자사주 매입을 결정할 때만 해도 내부적으로 업황이 이렇게 안 좋을지 몰랐다. 2년간 이런 시장 하락을 겪지 못했기 때문에 반도체 시장 내 플레이어들도 전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 다르지만 같은 이유…같지만 다른 이유 =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경영권 강화가 목적이다. 소각하지 않아도 매입한 그 자체로 유통 물량이 줄고 가격이 올라 반대 세력의 지분 매입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자사주 자체는 의결권이 없어 우호지분이 아니지만 우호세력에 매각하는 식으로 지배를 공고히 할 수도 있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을 이 논리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이어져왔다. 대외적인 명분은 물론 ‘주주가치 제고’이며 순환출자 해소 요구 등 정부 기조에 화답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결국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자사주 소각 시 일반주주와 마찬가지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 SK텔레콤은 물적분할을 통한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물적분할 시 SK하이닉스는 더 유연하게 M&A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최근 홍콩에 투자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도체 관련 M&A에 나설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비메모리 기업 인수’ 등 M&A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결국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 강화와 더불어 회사 자금을 주식 형태로 보유하면서 추후 자산 증식을 도모하는 행위로 봐야 한다. SK텔레콤의 물적분할은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을 상승시켜 주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구조 개편과 같은 주가 상승 요소를 염두에 두고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현재로선 비수기 진입 등 업황 악화로 주가가 저평가됐지만, 향후 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구조 개편 호재까지 작용하면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보유 중인 자사주를 당분간 재매각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재무 상태와 주가를 고려했을 때 얼마간은 자사주를 일거에 처분하기는 어렵다”라고 전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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