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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100조원 시대… 올해 '물류 전쟁' 본격화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국내 이커머스 산업이 시장규모 100조원 시대에 들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월~11월 국내 온라인쇼핑 누적 거래액은 101조9094억원이다.

지난해 11월은 ‘블랙프라이데이’ 문화 영향으로 각 업체 프로모션 경쟁이 특히 치열했다. 11월 거래액은 10조629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1% 증가했다. 12월 거래액을 포함하면 지난해 총 누적 거래액은 113조~114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11월 카테고리별 거래액을 살펴보면 전년 동월 대비 가전‧전자통신기기가 27.9%, 음‧식료품이 32.3%, 음식서비스가 70.9%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온라인으로 고가, 고관여(high involvement) 제품을 사는 것에도 심리적 거부감이 크게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년 간 이용자 경험이 누적되면서 온라인 구매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배송 인프라 고도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인 가구 증가세로 간편식품, 신선식품 소규모 구매가 이커머스 블루 오션으로 주목받는 것과 맞물린다.

'새벽배송'을 앞세운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 16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로켓배송' 강화를 위해 물류센터 규모를 현재 2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올해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경기도 동탄에 물류센터를 가동해 '스마일 배송'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탄 장전 쿠팡, ‘로켓 배송’ 더 강화 = 이커머스 업체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곳은 쿠팡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2조7000억원 대비 거의 2배 증가한 5조원으로 추정된다. 핵심 브랜드인 ‘로켓배송’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2조원 추가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적자에 대한 우려도 다소 불식시켰다.

쿠팡의 공격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쿠팡을 3번만 사용해 보면 충성고객이 된다’는 공식 아래 로켓배송 역량을 더 강화한다. ‘아마존 프라임’을 모델로 한 유료멤버십 ‘로켓와우’가 선봉이다. 무료로 로켓배송, 무료반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연말 기준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로켓와우 멤버십 서비스는 월 2900원이지만, 쿠팡은 무료 프로모션 기간을 계속 연장하고 있다. 오히려 투자를 늘리며 일부 지역, 품목 한정으로 ‘당일배송’까지 영역을 확대 중이다. 전날 밤 12시 전에만 주문하면 아침 7~8시까지 배송된다. 오전 9시까지 구매하면 당일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이는 월 수백억원 단위의 적자를 내는 서비스다. 그러나 멤버십 고객을 수백만명 이상 확보하면 적자폭은 계속 줄어든다. 향후 구독 경제를 기반으로 콘텐츠, 동영상 스트리밍 등 추가 상품을 결합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이 이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쿠팡이 성장시킨 배송 역량과 상품 셀렉션을 기반으로 올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큰 이벤트를 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위메프 등이 격렬하게 프로모션 경쟁을 벌이는 동안 쿠팡은 참전않고 비교적 조용히 상황을 관전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올해 11월1일은 금요일이라 의미가 더 크다"며 "해외직구 등 영향으로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만큼, 지난해보다 더 큰 이커머스 업계 이벤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11번가, ‘올해는 반드시 흑자전환 간다’ = 쿠팡의 올해 기조가 ‘공격’이라면 11번가는 비교적 ‘수비’에 집중한다. 올해 11번가 최대 목표는 흑자전환이다. 적자 원인으로 지적됐던 과도한 마케팅 지출이나 무리한 투자는 최대한 자제할 전망이다.

11번가는 지난해 9월 SK플래닛에서 분사해 신설법인으로 거듭났다. 11번가 분사 전 SK플래닛의 영업적자는 지난 2016년 3334억원, 2017년 2497억원이다. 이 중 절반 정도가 11번가에서 발생한 적자로 추정됐다. 지난해 11번가 적자는 약 1000억원 안팎으로 분석된다.

최근 비용절감에 힘쓰면서 적자폭 자체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십일절’ 하루에만 1000억원 이상 거래액을 기록하는 등 하반기 좋은 성과를 낸 것도 고무적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실제로도전년과 비교해서 지난해 적자는 많이 줄어들었다, 줄여온 적자폭을 고려하면 올해 흑자전환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잘하던 부분에 집중하면서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신설법인에는 사모펀드(PEF) H&Q코리아가 50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을 어디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분사 당시 신임 이상호 대표가 밝힌 ‘커머스 포털’은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신생회사로서 기반을 다지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이다.

우선 투자금 중 일부는 ‘크로스보더(역직구)’ 역량 강화에 투입됐다. 해외직구 1위 플랫폼 ‘몰테일’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와 전략적 업무제휴(MOU)를 맺고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약 275억원을 들여 코리아센터 지분 5%(115만7042주)를 취득했다. 그러나 11번가는 이번 투자가 향후 사업 방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11번가 관계자는 “지분 투자가 진행된 만큼, 단순 보여주기식 MOU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양사 인프라를 활용해 시너지를 낼 부분을 찾아 사업을 해보자는 의지는 맞지만, 이번 투자는 단기간에 협력 결과물이 나올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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