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뭉쳐야 산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초등학생 장래희망이 바뀌었다. 지난달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초중등 진로교육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희망 직업 5위에 유튜버가 올랐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3122만명 이용자는 총 317억분을 유튜브에 할애했다. 국내 동영상 시장 86%을 점유하며, 독보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인 미국 기업인 넷플릭스는 유럽 안방을 점령했다. 로이모건리서치 조사에서 유럽 국가에서 넷플릭스 시장 점유율은 83%에 달한다. 특히, 영국은 이미 2016년(BBC 조사기준) 넷플릭스를 비롯한 외국계 OTT 사업자 비중이 90%을 넘었다. 넷플릭스는 영국에 2012년에 진출했다. 한국에도 상륙했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해 5월부터 한국상주팀을 가동했다. 지난해 11월에는 LG유플러스 인터넷TV(IPTV)를 통해 국내 안방까지 들어왔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글로벌 성공사례는 다방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개인을 동영상 시장 주체로 참여시켜 폭발적 성공을 이끌었다는 점, 빅데이터와 맞춤형추천서비스 및 오리지널제작시스템으로 콘텐츠 플랫폼 구조자체를 혁신시켰다는 부분에서 각 기업의 성공스토리는 회자된다.

동시에 위협적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플랫폼 위에서 개인 또는 각 개별기업의 콘텐츠 성장을 꾀할 수는 있겠지만, 외국계 OTT 사업자에 국내 생태계를 모두 뺏기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가 상존한다. 넷플릭스에 안방을 먹힌 영국의 경우, 방송통신규제기구 오프콤이 방송사들이 협력해 단일 스트리밍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을 정도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상파3사는 SK텔레콤과 국내 OTT 사업자 간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방송3사가 공동 출자해 푹 서비스를 운영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과 SK브로드밴드 옥수수 사업조직을 통합해 신설법인을 출범시킨다. 이를 위해 지상파3사 대표가 통신사와 협업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는 보기 드문 그림이 연출됐다. 위기의식은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만든다. 글로벌 공룡에 맞서려면 ‘뭉쳐야 산다’는 결론이다.

신설되는 통합법인은 개방형 플랫폼으로 구축된다. K콘텐츠를 담고 있다면 방송사, 기획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얼마큼 대항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뤄 개방형 플랫폼으로 발전하겠다는 방향성은 긍정적이다. 침체된 국내 방송시장에 활기를 넣어주는 첫 발걸음이 될 수도 있다. 한류 콘텐츠 해외 진출 활로 역할 기대도 담고 있다.

문제는 상충되는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만큼 공동의 목표를 이행할 때까지 뭉칠 수 있는 장기적인 노력이 수반되느냐다. 각자의 이익만을 도모하기 위한 행동을 지양하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발표가 용두사미가 아닌 한국의 미래 미디어 산업을 위한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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