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이어폰, ‘와이어리스’가고 ‘코드리스’ 시대로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지난해 이어 올해도 ‘완전무선(코드리스)’ 이어폰 열풍이 뜨겁다. 애플 ‘에어팟’이 연 시장에 젠하이저, 보스, 뱅앤올룹슨 등 기존 음향기기 업체들이 참전했고 중국산 저가형 제품들이 저변을 넓히는 모양새다. 심지어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까지 100만원대 이상 초고가형 제품을 선보이며 숟가락을 얹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무선 이어폰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3620만대, 지난해 5190만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7390만대, 오는 2022년 1억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승세는 국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통상 무선 이어폰 중에서도 완전무선 제품을 ‘코드리스’ 혹은 ‘트루 와이어리스’, 유닛끼리 선으로 연결된 제품을 ‘와이어리스’ 이어폰이라 구분한다. 애플 ‘에어팟’이 대표적인 코드리스, LG전자 ‘톤플러스’는 넥밴드형 와이어리스 제품에 해당된다.
한때 ‘반짝’했던 와이어리스는 사실상 저물어가는 신세다. 편리함과 휴대성 측면에서 코드리스가 와이어리스를 압도한다. 와이어리스 특유의 생김새와 존재감 때문에 패션을 중시하는 젊은 층이 착용을 꺼리는 면도 있다.
이 때문에 신규 출시되는 대부분의 무선 이어폰은 대부분 코드리스 형태를 취하고 있다. 와이어리스는 스포츠에 초점을 맞춘 제이버드 ‘타라 프로’,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가진 소니 ‘WI-C600N’ 등 특수목적 제품으로 한정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이어폰 시장은 현재 시장 규모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모두 크기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의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원조 코드리스 에어팟의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사이, 중국산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초기 중국산 코드리스는 에어팟을 베낀 디자인에 한참 떨어지는 마감과 성능으로 소비자 외면을 받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은 다르다. 2만~3만원대 가격임에도 자동 페어링, 블루투스5.0 등을 지원한다. 음질이 고급형에 비해 조금 아쉽더라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어지간한 단점을 상쇄한다는 반응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중국 QCY ‘T1'과 ’알리캡슐(모델명 IP010-X)'다. 특히 T1의 경우 국내 물량 조기 완판이 이어져 또 다른 ‘대륙의 실수(실수로 잘 만들어진 중국산)’라는 별명을 얻었다.
저가형으로 코드리스를 먼저 접해본 소비자들이 고급형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포착된다. 지난 10일 온라인으로 정식 출시된 젠하이저의 코드리스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는 출시 4일 만에 1000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가격대가 4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 제품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흥행이라는 평가다.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지난해 말 출시 일주일 만에 초기 물량 300대가 모두 소진됐다.
음향업계 관계자는 “처음 무선 이어폰을 접하며 편리함을 느낀 소비자들이, 무선 안정성과 고품질 음질을 갈망해 프리미엄 제품에도 선뜻 지갑을 연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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