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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바둑 AI ‘한돌’과 맞붙는 신진서 9단, “힘든 승부 될 것”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인공지능은 뚜렷한 바둑 스타일이 없는 편. (한돌의) 기량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고, 많이 힘든 승부가 될 거 같다. 사람이랑 대국을 하면 마음가짐에서 ‘좀 할만하다’는 생각을 갖고 임하는데, 인공지능과 대국은 무의식 중에 위축되는 측면이 있다. 자신감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어려운 승부를 하고 싶다.”(바둑기사 신진서 9단)

23일 NHN엔터테인먼트(대표 정우진, 이하 NHN엔터)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 맞붙는 바둑기사 신진서 9단<사진>은 경기 전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날 NHN엔터는 경기도 판교 사옥에서 ‘프로기사 톱5 vs 한돌 빅매치’의 다섯 번째 대국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신진서 9단은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바둑 랭킹 1위다. 그러나 한돌과 대국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진행됐던 4번의 대국에서도 박정환 9단, 신민준 9단 등 국내 최정상급 프로기사들이 전부 패했다. NHN엔터 측은 두 집 반 차이로 한돌이 신진서 9단을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승패는 이날 오후 7시 경 갈릴 예정이다.

한돌 개발을 진행한 NHN엔터 게임AI팀 이창율 팀장은 “인간 9단의 경우 ELO(평가점수)가 3500점인데, 한돌2.1의 ELO는 4000을 넘는다”며 “통상 ELO 150 정도가 차이나면 승률이 60~70% 정도, 400정도 차이나면 사실상 이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진서 9단은 비공개 대전에서 한돌에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다. 반전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과거 이세돌 9단에게 승리를 거뒀던 ‘알파고 리’는 ELO 3500을 약간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돌이 더 우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알파고의 최종 버전인 ‘알파고 제로’와 한돌의 승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창율 팀장은 “저희가 측정한 ELO를 통한 단순 비교는 어렵다. 알파고 제로와 겨뤄볼 기회가 아직 없었다” “다만 아직까지는 격차가 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NHN엔터는 지난 2016년부터 50여명의 연구 인력을 확보한 기술연구센터를 조직해 운영 중이다. 검색, 추천, 게임AI, 멀티미디어 분석 등과 관련된 AI기술을 연구해 왔다. 현재 벅스의 음악검색 추천, 게임 이상탐지, 페이코의 광고 데이터 분석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한돌’ 역시 이곳에서 개발됐다.

박근한 이사는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 이후 AI 기술을 살펴봤는데, AI가 바둑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며 “또 발표된 AI 기술이 특별한 사용자들만 경험할 수 있다는 측면이 아쉬웠다. 실제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고 혜택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로 바둑 AI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돌 AI 연구는 2017년 초부터 시작됐다. 2017년 12월에 프로기사와 호선으로 둘 수 있는 ‘한돌1.0’이 개발됐다. 이번에 인간과 릴레이 대국에 참여하는 AI는 업그레이드된 ‘한돌2.0'이다. 1.0과 다른 점은 누적된 기보를 학습에 쓰지 않고 자가 대국만으로 실력을 높였다는 점이다.

NHN엔터는 한돌을 온라인 바둑 서비스 ‘한게임 바둑’에 적용하고 있다. 다양한 기력을 갖춘 이용자들이 맞춤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준을 8단계로 나눴다. 대국 중 다음 수 힌트를 알려주는 ‘한돌 찬스’, 종료된 대국을 분석해주는 ‘한돌 승률 그래프’ 등을 지원한다.

향후 다양한 프로기사의 ‘기풍’을 반영한 AI도 선보일 예정이다. NHN엔터 GB기획팀 송은영 팀장은 “이창호 9단은 처음부터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두는 ‘돌부처’ 기풍을 갖고 있는데, 이런 기풍을 학습해 ‘이창호풍 한돌’ ‘이세돌풍 한돌’이나 ‘실리형’ ‘전투형’ 등 다양한 기풍을 구현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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