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닷넷

[딜라이트닷넷] ‘비슷한 듯 달라’ 타이베이게임쇼 현장서 본 대만은?

이대호
[IT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대만 최대 게임쇼 ‘타이베이게임쇼 2019’가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에서 개최됐습니다. 현지 최대라고 하나 지스타와 비교해 전시 규모가 상당히 작습니다. 일본 도쿄게임쇼는 물론이고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의 차이나조이,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게임업체들이 모이는 독일 게임스컴과는 비교불가한 수준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대만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가 7800억원으로 추정됐는데요. 같은 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6조2102억원(추정)입니다. 국외 게임쇼를 여러 차례 다녀본 결과, 게임쇼 전시 규모도 현지 시장 규모를 따라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크지 않은 대만 시장에 국내 알만한 게임업체들이 모두 뛰어들었습니다. 그만큼 매력 있는 시장이라는 뜻일 텐데요.

현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대만은 게이머 성향이 국내와 비슷합니다. 이 때문에 크게 손볼 것이 없이 수출하기가 좋습니다. 또 일본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많아 대만에 출시하지만 일본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현지화를 진행하는 곳도 눈에 띕니다.

물론 비슷하다고 만만하게 볼 시장은 아닙니다. 현지화 노하우가 부족하다면 어느 부분을 어떻게 얼마나 손대야 할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은 까닭인데요. 확 다른 특성의 시장이라면 현지화 방향도 명확해지나 대만처럼 시장 성향이 비슷하다고 어설프게 약간 손보고 내놨다간 실패하기 일쑤입니다.

게임업체 입장에서 대만이 좋은 점은 또 있습니다. 대만 게이머들은 확률형(뽑기형) 아이템 수익모델에 관대합니다. 무작위로 뽑은 아이템을 다시 확률 테이블에 올려 뽑기를 진행하는 이른바 컴플리트 가챠(뽑기), 2중 뽑기 아이템도 존재하는데요. 컴플리타 가챠를 먼저 선보인 일본에서도 질타를 받았으나 대만에선 이렇다 할 구매 저항이 없다고 합니다. 관련 규제도 없습니다.

추후 규제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우려도 되는데요. 만약 콘텐츠에 규제를 가한다면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 업체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타이베이게임쇼 2019 현장을 보니 이용자들이 게임에 보인 열정은 일본과 한국에 비교해서도 밀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람 열기가 더욱 뜨겁다고 볼 만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주말이 되자 타이베이게임쇼에 들어가기 위해 구불구불 늘어선 대기열이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습니다.

전시장 규모가 작은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몰리니 입구에만 들어서도 숨이 막혀옵니다. 주말엔 전시장 중앙통로에선 걸음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였는데요. 이런데도 짜증내는 기색 없이 게임쇼를 관람하는 현지 게이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올해 타이베이게임쇼엔 감마니아가 현지 서비스 중인 엔씨(NC)의 ‘리니지M(천당M)’를 앞세워 최대 부스를 냈습니다. 펄어비스(검은사막, 검은사막모바일)와 베스파(킹스레이드)는 직접 참가했습니다. 두 기업의 부스도 상당히 컸습니다.

대만에서도 리니지M은 가장 잘나가는 게임입니다. 매출 규모도 2위 게임과 차이가 크다고 하는데요. 리니지M이 대만 시장 저변 확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다만 밑으로 보면 아직 매출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대만 앱마켓 매출 5위선이면 한달 매출 20억원을 본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향후 대만 게임시장에 중차대한 변화가 점쳐지기도 합니다.

현재 대만에선 중국산 게임을 규제하고 있는데요. 중국 게임은 출시에 앞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중국 판호와 비슷한 규제인데요. 중국 게임기업이 일정 이상 현지 업체 지분을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지분 규제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게임의 진출이 어느 정도 제약이 존재합니다. 반중국 노선의 민진당이 정권을 잡고 있는 동안에 이 같은 규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데요.

2년 이후 정권이 바뀔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어떨까요. 친중국 성향의 국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규제가 없어지거나 느슨해질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중국산 게임들이 물밀듯이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인데요. 그 이전에 대만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으라는 업계 관계자의 조언이 있었습니다.

내년 타이베이게임쇼는 세계무역센터가 아니라 남강(南港) 전시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남강은 전시장 규모가 더 크다고 하는데요. 한층 덩치를 키워 풍성해진 타이베이게임쇼를 보게 될지 기대됩니다.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이대호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