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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불행, 기회일까 위협일까…LG전자 ‘행운’·LGU+ ‘걱정’·삼성 ‘애매’

윤상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의 미래에 물음표를 던졌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업체에게 화웨이 제품 구매를 하지 말라고 했다. 또 미국 업체에게 화웨이에 물건을 팔지 말라고 했다.

당장 화웨이 매출엔 별 영향이 없다. 미국은 화웨이의 매출처 중 비중이 없다시피 한 시장이다. 그러나 앞날은 그 어느 때보다 흐림이다. 회사 존속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화웨이는 상당한 수준의 수직계열화에 도달한 회사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통신칩 등 핵심부품을 내재화했다. 하지만 100% 자기 힘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 1곳도 없다. 미국산 부품을 100% 대체할 수 있을 때까지 중국 정부가 돕더라도 쉽지 않다. 기업고객도 개인고객도 화웨이만 기다릴 까닭이 없다.

화웨이의 불행은 현재로썬 국내 업체에게 직접적 이익도 손해도 크지 않다. 화웨이와 거래를 하지 못하는 곳은 미국 업체다. 화웨이 물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곳도 미국이다. 화웨이 미국 점유율은 미미하다. 경쟁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

국내 기업이 고려할 부분은 화웨이가 미국산 부품을 구매하지 못해 생산에 문제가 생길 경우다.

LG유플러스가 제일 걱정이다. LG유플러스는 4세대(4G) 이동통신 때부터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늘렸다. 5세대(5G) 이동통신 주력 장비도 화웨이다. 5G는 지난 4월 상용화했다. 롱텀에볼루션(LTE)과 병행 사용하는 NSA(Non-standalone) 방식이다. 5G 전국망 구축과 4G 유지보수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통신 소비자는 해외에 비해 높은 수준의 품질을 기대한다. 최악의 경우 4G 전국망까지 다시 구축해야 한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고객 유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실제 벌어지지 않아도 위협이다. 경쟁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불안을 조장할 수도 있다. 5G 상용화 전후 논란이 된 보안 우려와 차원이 다르다.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은 수많은 부품의 집합체다. 생산을 못하면 다른 부품도 팔 수 없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부품업체도 영향권이다. 삼성전자는 완제품은 경쟁사지만 부품은 공급사다.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까지 판매한다. SK하이닉스도 영향권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선두다. LG디스플레이는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에게 화웨이는 매력적 거래처다. 이 시장이 없어질 수 있다.

이득이 가장 큰 업체는 LG전자다. LG전자는 화웨이와 스마트폰 경쟁자다. LG전자는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화웨이에 시장을 잃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지난 1분기까지 16분기 연속 적자다. 비용절감을 위해 국내 생산까지 접었다. 5G 상용화와 함께 찾아온 최대의 기회다.

삼성전자 정보기술 및 모바일(IM)부문도 호기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와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각각 7180만대와 5910만대다.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번 일은 한숨 돌릴 수 있는 찬스다. 통신장비는 도약을 노릴 수 있다. 통신사는 통상 복수의 장비를 쓴다. 삼성전자는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외 네 번째 선택지다. 화웨이가 빠지면 고객 접근성이 올라간다.

한편 국내 업체가 피해를 보거나 이득을 보는 상황은 화웨이에겐 재앙이다.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견제는 화웨이가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화웨이의 편이 아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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