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초과학 약하다는 한국, 게임계는 달라’ 엔진개발사 넷텐션의 포부

이대호
배현직 넷텐션 대표
배현직 넷텐션 대표
- 배현직 넷텐션 대표, 게임서버엔진 프라우드넷(ProudNet)으로 韓 1위
- 올해 중 ‘고성능은 유지하되 편의성 개선한’ 차기작 내고 세계 시장 겨냥
- 후학 양성에도 관심…“내 지식 무덤에 갖고 가면 사회발전 안 된다” 소신 밝혀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응용과학은 뛰어난데 기초과학이 취약하다’ 매년 노벨상 발표 시기가 되고 연거푸 고배를 마신 것이 확실해질 즈음, 국내 과학계를 두고 이 같은 푸념이 나오곤 한다.

국내 게임업계에도 비슷한 상황이다. 게임 개발도구인 상용 엔진 분야가 뒤쳐져있다. 유력 업체들은 자체 엔진을 확보하고 있다지만, 외부에 내놓을 정도의 범용적인 완성도를 갖추진 못했다. 사실 그러한 시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범위를 좁혀 게임 서버엔진 솔루션을 보면 상황이 다르다. 몇몇 개발사가 눈에 띈다. 그 중 한 회사가 지난 10년의 세월을 넘겨 꾸준하게 이 분야 전문 솔루션을 만들어왔다. 바로 넷텐션(대표 배현직)이다.

배현직 넷텐션 대표는 2008년 세운 개인회사를 2009년 법인 전환하고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팠다. 회사 간판 솔루션은 ‘프라우드넷(ProudNet)’이다.

얼마 전 프라우드넷 차기작을 내놓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프라우드넷은 국내 점유율 1위 게임 서버엔진 솔루션이다. 실시간 멀티플레이어의 상호 분야에 특화된 엔진으로 네트워크 품질에 따른 패킷 전송을 최적화하고 고성능 서버 모듈까지 갖춘 것이 이 솔루션의 특징이다.

프라우드넷 고객사는 250여곳. 웬만한 국내 게임업체들은 모두 쓴다고 볼 수 있다. 개발자가 프라우드넷을 다룬다면 이직할 때 강점이 되기도 한다. 배현직 대표는 프라우드넷이 국내 게임서버엔진 시장 80%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봤다.

배 대표는 “처음엔 개발 개발을 했다. 그러다 개발하면서 뭐가 필요로 한지 알게 되면서 게임 서버엔진 개발로 눈을 돌렸다”고 소회를 풀었다.

이어서 그는 “서버엔진은 미션크리티컬(업무 수행에 필수적인)한 분야라 회사들이 직접 만들어 썼다”며 “2008년 프라우드넷을 처음 내놓자 ‘검증이 안 됐다’, ‘왜 사야 하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시범적으로 도입한 회사들이 ‘만족한다’, ‘빠르다’ 등의 평가를 내놓고 이것이 입소문으로 퍼지자 2009년부터 게임회사들이 직접 프라우드넷을 찾기 시작했다.

배 대표는 “고객사가 뭐가 필요하다면 재빨리 대응하고 그 회사 요구에 맞췄다”며 “프라우드넷의 정체는 고객사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쯤 설문조사를 했더니 프라우드넷의 구매 경로 80%가 입소문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국내 회사가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 진출할 때도 프라우드넷을 쓰는 상황이다. 배 대표는 “중국이나 해외에선 인터넷 속도가 느린 게 아니라 품질(레이턴시, 로스율 등) 자체가 일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인데, 그런 부분을 극복하는 기능들이 독보적이다. 큰 회사들이 프라우드넷을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프라우드넷 차기작은 ‘고성능은 유지하되 보다 쓰기 쉬운 엔진’을 목표하고 있다.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환경을 지원하는 프라우드넷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개발 경험이 적더라도 엔진 접근이 쉽도록 편의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서버 장애가 발생해도 보다 빠른 시간 내 극복이 가능하도록 신기술을 적용한다.

배 대표는 “프라우드넷을 다루는 국내 개발자들은 실력이 좋은 편”이라며 “해외 개발자들에게 프라우드넷을 갖다 주면 다루기 어려워하는 측면이 있다. 해외에선 프라우드넷처럼 고성능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오히려 (고성능보다는) 쓰기 쉽게 만든 엔진이 많다”고 차기작을 고민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는 프라우드넷의 국외 인지도에 대해 “거의 없다”며 솔직한 답을 내놨다. 현지에도 게임서버엔진 솔루션들이 있는데다 국내만큼 프라우드넷이 강점을 지닌 대규모다중접속(MMO)게임 분야의 개발이 크게 활발하지 않아서다.

앞서 중국 진출도 고민했으나, 현지 업체들은 주로 자체 서버엔진을 쓰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서버 관련 기술만 보면 중국이 한국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내수 시장만 해도 매일 수억명의 게임 이용자들을 대응하다보니 관련 기술력이 급격하게 발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외부 서버엔진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매기는 상황도 있다. 배 대표는 ‘MAU(월활동이용자수) 1억명 이상 게임이 프라우드넷을 쓰느냐’고 묻기도 했다는 경험도 꺼내놨다.

배 대표는 올해 안에 프라우드넷 차기작을 내놓고 국외 시장도 본격 진출할 생각이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진 않았다. 그는 차기작에 대해 “아직 BM(수익모델)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기존 엔진의 업그레이드가 될지, 아예 신제품이 될지도 고민 중”이라고 조심스레 답했다.

그는 후학 양성에도 관심을 보였다. 서강대학교에서 수요일마다 3시간씩 출강한 것을 토대로 지난 4월 ‘게임 서버 프로그래밍 교과서’라는 책을 출간, 베스트셀러 IT과학 분야 4위에 오르기도 했다.

배 대표는 “후학 양성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본다. 내 꺼야 하고 무덤에 갖고 가면 사회 발전이 안 된다”며 소신을 밝혔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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