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중한기자] 국내 플랫폼 업체가 정부의 규제와 느린 의사결정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페이스북, 우버 등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이 정보기술(IT) 혁신을 이끄는 데 반해 국내에선 안전성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시도들이 좌초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18일 한국사회학회와 한국경영학회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유병준 서울대학교 교수는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를 향한 기업의 디지털 혁신 전략’을 통해 빠른 혁신을 위해선 정부가 기업에 관한 걱정을 거두고 열린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병준 교수는 “정부 관계자와 대화하다 보면 규제를 해소하면 기업을 통제하지 못해 어떤 악영향을 미칠 거라고 걱정한다”며 “기업을 아이, 정부를 부모로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경제규모 대비 큰 정부를 지닌 국가 중 하나로 빠른 의사결정이 어려운 편에 속한다. 새로운 시도는 일단 불법으로 보는 포지티브 규제로 신사업을 실시하기 어렵다. 반면 미국이나 중국 등은 새로운 것을 우선 허용한 뒤 문제시 제재하는 네거티브 규제다. 정부·민간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 자유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 교수는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며 “겪어보지 않은 문제로 부정적인 의견부터 내는 것을 배제하고, 규제법이 아닌 산업 규정법으로 전환하는 등 빠른 진행이 가능하도록 열린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민 벤처창업연구 편집위원장은 규제로 인해 혁신이 좌절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은 “현재 VCNC 타다 등 혁신 기업과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가 부딪히면서 격렬한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며 “혁신을 위해선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도록 정부 차원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은 다수의 사람이 연결될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타다 등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런 규모 확대를 통한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초기에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규모 확대를 위한 비용 투자만 이어가 사업 초기 적극적인 확장이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 서비스가 끊기면 피해만 안게 돼 시장이 위축된다.
반면 이원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플랫폼 업체의 독과점 위험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롯데마트의 위협은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가 아니라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기업”이라며 “플랫폼 업체들은 영역을 확대해가며 가격경쟁력 등으로 진입장벽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기업을 애처럼 본다고 지적하기에 앞서 기업 또한 아이처럼 외국기업으로부터 보호하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이미 지배적 사업자로 자리 잡은 국내 기업에 대한 정부 비호에 대해 지적하며 “구글이 한국 시장에서 확대하지 못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지도 정보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이러니하게도 규제 때문에 해외기업이 확대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규건 한양대학교 교수는 시장 규모가 커진 후에 논의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장터로 참여자들이 함께 성장하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우선 시장 규모를 키운 뒤 나누는 게 중요한 데 쪼개기부터 하자는 건 옳지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