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내일이면, 한국이 세계최초 5G를 상용화한 지 꼬박 100일째를 맞는다. 단 100일만에 5G가 모든 것을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특성을 담은 5G는 그 이름과 달리, 아직까지 더딘 걸음을 보이고 있다.
통신사 간 마케팅 경쟁으로 5G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160만명을 넘었지만, 내실을 갖추지는 못했다. 아직도 소비자는 LTE 우선모드로 5G 단말을 사용한다. 통신사들이 앞 다퉈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전국망 구축까지는 갈 길이 멀다. 건물 안은 아직도 5G 통신이 터지지 않는다.
검증된 기술과 장비로 네트워크를 구축한 LTE 때와 다르다. 한국이 그 역할을 오롯이 해야 하는 세계최초 수업료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5G가 미래 산업의 기초 인프라라는 점이다. 5G 위에 올라탈 수많은 서비스와 경계를 넘어 새로 탄생할 융합산업들이 핵심이다. 5G는 단순히 커버리지 싸움이 아니다.
2G 때는 벨소리, 3G 때는 사진, 4G 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게임, 유튜브‧넷플릭스 등 영상 콘텐츠 등이 떠올랐다. 5G 때는 이보다 더 큰 파급력을 보일 것이다. 단말 내에서 멈추지 않고 산업, 도시로 연결되고 확대된다.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온 서비스와 산업들이 5G와 빅데이터, 머신러닝, 인공지능 등과 결합되면서 신산업으로 등장한다는 전망이다. 이때부터 비로소 5G의 진정한 챕터가 열리게 된다.
그런데, 아직도 곳곳이 암초다. 빅데이터 산업은 개인정보보호의 덫에 걸렸고, 원격의료 등 헬스케어 산업도 제자리걸음이다. 이러다 한국은 ‘세계최초 5G’라는 타이틀만 갖고 실속은 다른 국가에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 다른 국가는 한국의 5G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검증된 네트워크를 신속히 구축하고 5G 신산업 단계로 바로 진입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5G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이들 국가는 한국보다 완화된 규제로 신산업을 육성 중이다. 5G 기반 미래산업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정부에서 앞장 서서 만든 세계최초 5G다. 그 영광에만 휩싸여 진짜를 놓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