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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日 경제보복, 감정적 대응 안 돼”…정부, 수출규제 ‘맞대응’(종합)

윤상호
-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제외 예고…20일 의견수렴, 협상 여지 남겨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경제보복에 대해 감정적 대응 자제를 당부했다. ‘반일(反日)’보다는 ‘극일(克日)’을 강조했다. 정부는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미국에게 중재를 요청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본의 적반하장 태도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전략물자 수출지역 중 현행 가 지역(백색국가)을 세분화한다.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 가입국 중 ▲국제 수출통제 원칙 준수 여부 ▲제도 운영 현황 등을 고려해 ‘가의1’과 ‘가의2’로 나누기로 했다. 가의1은 일본을 제외한 기존 가 지역 국가다. 가의2는 일본이다. 가의2 국가는 전략물자 수출 때 포괄허가를 예외적으로만 허용한다. 일본이 지난 2일 각의에서 확정한 수출입제도 변경과 유사하다. 20일 의견수렴 후 규제심사, 법제처심사 등을 거쳐 시행한다. 9월 시행 예정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우리 고시 개정은 자체 검토 결과에 따라 국내법적으로 국제법적으로 적합하게 진행했다”라며 “의견 수렴 기간 중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전부는 언제 어디서건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일본 수출규제 상응조치가 아니다. 적법한 조치기 때문에 우리가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에는 영향이 없다”라며 “국제수출통제체제에서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해서 수출통제를 하되, 민간의 정상적인 거래는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은 것을 감안해 미흡한 국가는 다의2로 분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WTO는 경제보복을 허용치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일본과 같은 조치를 취했지만 일본이 주장한 한국의 수출통제체제 운영 미흡을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명분을 찾았다. 일본과 달리 협상 여지도 열어뒀다. 구체적 품목을 적시하지 않아 운신의 폭을 넓혔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사진>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오판이 한일관계 훼손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일본 의존도 축소가 경제성장 발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보복은 그 자체로도 부당할 뿐 아니라 그 시작이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광복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한층 결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그러나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또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경제 보복에 대해 결연하게 반대하면서도 양국 국민 간의 우호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연하고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양국 국민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민주인권의 가치로 소통하고 인류애와 평화로 우의를 다진다면 한일관계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국제정치는 영원한 우군도 적군도 없다. 사태 초반 미국 역할을 기대했지만 미국은 자국 이익 극대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유지 ▲방위비 분담금 추가 인상 ▲호르무즈 호위 연합 참여 ▲중거리 미사일 배치 검토 등이 7월 일본 수출규제 발표 후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우리나라에 요구했거나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청구서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면 청구서가 날아오고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 뻔한데, 제가 왜 중재를 요청하겠는가”라며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 미국에 방문한 것은 한국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디스플레이 업계와의 간담회’를 가졌다. 홍 부총리는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함께 일본 수출규제가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업종”이라며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에 올해 대비 추가 1조원 이상 예산을 편성하겠다”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 수출규제에 따른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영향 점검회의’를 열었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우리 모두 비상한 각오로 ICT산업 뿌리를 튼튼히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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