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기지개 켜는 KB 알뜰폰, 금융·통신 시너지 ‘기대반 우려반’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KB국민은행의 신규 알뜰폰 서비스가 이달 중 베일을 벗는다. 금융과 통신의 첫 결합이 이뤄지는 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다만 국민은행의 참전이 침체한 알뜰폰 시장에 어떤 식으로든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이란 데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호텔에서 신규 5G 알뜰폰 서비스 ‘리브 엠(M)’ 출시행사를 연다. 리브 엠의 공식 출시일과 주요 기능을 비롯한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전략이 공개될 예정이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는 준비 단계부터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내리막길을 걷던 알뜰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메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단지 국민은행이 대형 사업자여서만은 아니다. 금융과 통신의 결합이라는 무기가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알뜰폰을 금융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을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 알뜰폰은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계열사 금융거래 실적에 따른 요금제 누적 할인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월 최저 1만원대 요금도 가능하다.

기존 알뜰폰 시장이 엄두를 못 냈던 중저가 5G 서비스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통신사들의 5G 최저 요금제는 월 8~9GB 데이터 제공에 5만5000원이다. 국민은행은 최저 3~4만원대 5G 요금제는 물론 대용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자체 영업력도 워낙 강하다 보니 초반 가입자 10~20만명 수준은 손쉽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금융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예측했다.

정부도 국민은행의 출사표가 부진했던 시장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지난 1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좋은 신호”라면서 “시장에서 비슷한 모델이 또 검토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또 다른 알뜰폰 사업 진출이 추진되고 있단 얘기로 짐작된다. 금융위원회는 4월 17일 발표한 혁신금융서비스에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통한 금융·통신 융합’을 포함하면서 규제 빗장을 풀어놨다. 제2, 제3의 대형 알뜰폰이 나올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

일각에서는 그러나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몇몇 대형 사업자들도 유통과 통신 결합 경쟁력을 내세워 지난 2013년 알뜰폰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고배를 마신 전례가 있다. 홈플러스는 2017년 11월, 이마트는 지난해 4월 알뜰폰 사업을 접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알뜰폰 주 이용고객층은 저렴한 요금제, 저가 단말 이용자로 한정돼 있었다”면서 “국민은행은 5G와 프리미엄 금융서비스가 가능한 알뜰폰으로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것인데, 그만큼 고객을 확장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고 신중한 견해를 전했다.

기존 중소 알뜰폰 업체들과의 상생도 과제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추진으로 기존 알뜰폰 업계에서는 이동통신사업자에 대한 협상 주도권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슈퍼 루키’ 국민은행이 CJ헬로의 맏형 역할을 대신할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또 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도 국민은행의 시장 진출을 사실상 대기업 진출이 아닌 기존 통신 대기업 계열사를 견제할 수 있는 역할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