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정보보호정책관 폐지, 민간의 ‘보안’이 걸린 문제

홍하나
[디지털데일리 홍하나기자] 민간부문 정보보호의 밑그림을 그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보호정책관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11일 법제처가 공고한 과기정통부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정보보호정책관이 2차관 산하에 네트워크정책실 소속 ‘정보네트워크정책국’으로 편입된다. 기존에 독자적으로 존재했던 정보보호 조직이, 신설되는 네트워크 조직으로 흡수되는 셈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을 두고 정보보호 업계와 학계에서는 반기를 들었다. 민간 정보보호 전담 조직인 정보보호정책관을 차관급으로 격상시켜도 모자란 상황에서, 격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민간의 정보보호는 과기정통부가 담당하고 있다. 정보보호 정책 마련, 산업 활성화, 인재 육성 및 일자리 창출, 연구개발, 업계와의 소통 등을 전담한다. 이러한 역할의 중심에는 과기정통부의 정보호호정책관이 있다. 개편안대로 정보보호정책관이 다른 업무와 겸직할 경우 업무 집중도는 떨어진다.

무엇보다 정부가 정보보호를 소홀히 함으로써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몇 년간 사이버 공격은 고도화됐다. 반면 기업들의 정보보호 투자는 미진하다. 정부와 업계를 이어주는 소통 채널인 동시에, 감독 역할을 하는 정보보호정책관이 사라진다면 국가 사이버 안전은 담보할 수 없다.

정부는 물리적 공간에서 군, 경찰, 소방 등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과기정통부의 정보보호정책관이 관련 정책과 제도 마련, 기술 연구개발, 산업 육성 등을 통해 민간 사이버 보안을 책임졌다.

논란이 되자 과기정통부는 정보네트워크정책국의 명칭을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국’으로 변경하는 수정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마저도 단순히 ‘업계 달래기’ 용으로 부서의 명칭만 손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조직개편안에 대해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당시 민원기 2차관은 “정보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가진 (정보보호 강화에 대한) 의지는 굳건하다. 부족한 부분을 상의하며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기정통부의 조직 개편안은 국무회의 의결만 남겨두고 있다. 조직 명칭에 ‘정보보호’만 넣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과기정통부가 민간의 사이버 안보를 염두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길 바란다.

<홍하나 기자>hhn062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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