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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공정위 유료방송 M&A 승인…케이블TV 재편 빨라지나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장고를 거듭하며 보다 강한 조건이 가능성도 제시됐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사실상 무혈입성으로 봐도 될 만큼의 수준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간 합병추진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지난달 17일 전원회의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건을 심사했다. 하지만 위원들이 유료방송 시장획정, 알뜰폰 조건부과 등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결국 유사건인 SK텔레콤의 티브로드 합병건을 심의한 이후 다시 합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6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8VSB 케이블TV 가입자 보호 ▲케이블TV의 전체 채널수 및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저가형 상품으로의 전환, 계약 연장 거절 금지 및 고가형 방송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모든 방송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및 디지털 전환 강요금지 등을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에게 공통 조건으로 부과했다.

시정조치 대상은 LG유플러스의 경우 8VSB 상품, SK브로드밴드는 디지털케이블TV까지 조건대상에 포함된다. 이행기간은 2022년 12월 31일까지다.

통신사가 케이블TV 가입자를 고가의 IPTV 상품으로 이전시킬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된 만큼, 방송상품 분야에서의 조건은 예상됐던 부분이다. 특히,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가 강하게 반발했던 교차판매 금지는 아예 조건에서 빠졌다.

LG유플러스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조치사항에 대해서는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역시 "공정위의 전향적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3년전 결정 뒤집은 공정위=공정위의 이번 조건은 3년전 SK텔레콤의 CJ헬로 합병추진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 수준이다.

당시 공정위는 양사의 결합이 유료방송시장과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인해 합병법인이 케이블TV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 결정처럼 요금인하를 막는 조건을 붙이는 대신 아예 합병을 불허했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은 3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자연스레 공정위의 판단변화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이 갔다.

공정위의 돌파구는 8VSB 였다. 8VSB 상품은 아날로그 케이블TV 상품을 디지털로 대체하는 저가 상품이다. 3년전에는 CJ헬로가 8VSB 상품을 취급하지 않았다. 만약 8VSB를 아날로그 상품으로 분류했다면 결과는 3년전과 동일해질 수 밖에 없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8VSB를 독립적인 시장으로 획정한 것도 공정위에 힘이 됐다.

또한 공정위는 3년전 경쟁을 촉진하는 독행기업으로 판단했던 CJ헬로 알뜰폰 사업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유는 LG유플러스가 이동전화 시장에서 3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CJ헬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독행기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체적으로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3년전 주장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고 볼 수 있지만 당시와 달리 반대하는 사업자(지상파, LG유플러스, KT 등)가 없었고 국회에서의 촉구, 글로벌 시장에서의 대형 M&A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결정을 뒤집을 수 있었다.

유료방송 M&A 활짝…케이블 산업 재편 가속화될 듯=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앞으로도 급변하는 기술․혁신시장에서의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기술과 시장의 빠른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하고 신속한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판단이 마무리 된 만큼, 이제 M&A에 대한 최종 결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넘어오게 됐다. 3년전에는 공정위가 불허결정을 내리는 통에 과기정통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심사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진흥 중심의 부처 성격을 감안할 때 인수합병 자체가 불허되거나 더 강한 조건이 부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케이블TV 산업의 재편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얘기다.

KT의 경우 내년부터는 새로운 회장 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신임 회장 역시 남아있는 케이블TV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KT의 경우 국회의 합산규제 관련 정책방향과 유료방송 시장 1위인만큼 다른 조건이 부과될 수 있을 전망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부과된 조건과는 다소 온도가 다를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M&A 허가 가능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조건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라며 "내년에도 유료방송 M&A, 즉 케이블TV의 시장 퇴출은 빨라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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