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진호 교수 “EUV 장비, 우주선 제작보다 어려워…컨소시엄 필요”

김도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극자외선(EUV) 기술 상용화로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속도가 붙었다. 다만 비용 및 기술적인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삼성전자, TSMC 외에 EUV 공정을 도입한 업체가 없는 이유다.

최근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기자와 만나 “EUV가 정착되려면 컨소시엄 형태 지원이 필요하다”며 “개별 업체가 연구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은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EUV는 빛의 파장이 13.5나노미터(nm)에 불과하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공정(193.5nm) 대비 14분의 1이다. 더욱 미세한 회로 구현이 가능하다. 붓이 얇아질수록 섬세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안 교수는 지난 1998년 EUV 노광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EUV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2002년부터는 정부 지원을 통해 삼성전자, 동진쎄미켐 등과 EUV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안 교수는 “초창기 업체들 반응은 미지근했다. 언제 사업화가 가능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이후 삼성전자 정도만 연구와 투자를 이어갔고, 현재 수준에 도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EUV 도입으로 기업들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개별 투자는 쉽지 않다. 비용 부담이 막대한 탓이다. ASML이 공급하는 EUV 노광장비는 1500억원에 달한다. 노광 공정에서 ‘모양 자’ 역할을 하는 포토마스크도 EUV용은 5억원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EUV 제품을 만들기 위한 테스트마저 하기 힘든 원인이다.

안 교수는 “비용 문제가 크기 때문에 공통으로 필요한 장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EUV 공정을 당장 활용한 기업들이 많지 않아서, 사업화를 위한 정보 공유도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기술적으로도 한계가 존재한다. 안 교수는 “이전 공정에서 ArF을 도입할 때와 ArF에서 EUV로 변경할 때 상황이 다르다. 전자의 경우 대부분 문제를 예측할 수 있었고, 기존 방법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었다”면서 “EUV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내기조차 어렵다. 난이도가 다른 기술”이라고 말했다.

EUV는 지구 상에 없는 파장이다. X선, 감마선, 가시광선 등 현존하는 파장과 다른 존재다. 안 교수는 “EUV는 태양광에서 일부 나오지만, 특성상 지구에 있을 수 없다”며 “EUV는 모든 물질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공기 중에 노출되면 없어진다. 세밀한 핸들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UV를 다루기 힘든 요인 중 하나다.

아울러 노광장비 외에 EUV 관련 소재는 완성도가 낮은 상태다. 현재 사용되는 EUV용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포토마스크는 완성도가 높지 않다.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EUV용 펠리클의 경우 공급사가 전무하다. 안 교수는 연구를 통해 동진쎄미켐, 에스앤에스텍 등에 관련 기술을 넘겼다. 두 회사는 각각 EUV용 감광액, 펠리클을 개발하고 있다. 안 교수는 “우리 연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진다. 현재 상용화된 기술은 5년 전에 제공한 기술”이라며 “업체들은 당장 수익이 중요한 만큼 사업화 가능 여부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EUV 기술 개발도 준비되고 있다. 13.5nm 절반 수준인 6.7nm 파장 연구가 진행 중이다. ASML 관련 연구소 등이 착수한 상황이다. 구체적인 시점은 아직이다. 이제야 EUV 기술이 도입되는 시점인 만큼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는 “EUV 노광장비 만들기는 우주선 띄우기보다 어렵다”며 “그만큼 어려운 기술이다. 다음 단계로 가기까지 여러 시행착오가 동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양대는 EUV-IUCC(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 Center)를 설립했다. 학교 자체 지원으로 운영되는 산학협력연구센터다. EUV 산업 정착과 확산을 위해 만들어졌다. 안 교수는 “컨소시엄과 비슷한 형태로 판을 벌이기 위해 설립했다”며 “이곳에서 의견이 모이면 정부에 공식적인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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