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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업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야", 블로코가 CMO를 선임한 이유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에서 과연 기업용 블록체인 시장이 커질 수 있을까?

삼성, LG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자사 서비스와 인프라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블록체인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도입되는 경향이 강하다. 아직 중소규모의 시장에서 기업용 블록체인 적용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이는 기업용 블록체인 솔루션, 혹은 플랫폼이 기업용 솔루션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결국 블록체인이 기업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전사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처럼 일반적인 기업 솔루션 중 하나로 자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근 블로코의 최고마케팅책임자로 취임한 신재혁 CMO는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이제 블록체인을 기업에 전략적으로 쉽고 빨리 제공할 수 있는 사스(SaaS) 형태의 플랫폼이 중요하다. 또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것 보다 솔루션이 주는 기능과 가치를 제시하고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재혁 CMO는 미국 통신사 AT&T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 총괄로 미국 국방성을 비롯한 미국 내 주요 기업 파트너십을 담당했으며, 삼성SDS와 모토로라에서 기업용 모빌리티 솔루션 관련 신사업 발굴과 생태계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또한, 삼성전자 무선 사업부에서 기업 솔루션 부문 상무로서 ‘녹스(KNOX)’의 시장 진출 전략을 담당하는 등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및 생태계 구축을 담당해왔다.

신 CMO는 블로코에 합류하기 전부터 이미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져왔다. 2017년부터 미국 자택에 GPU 20대 규모의 마이닝 시설을 갖추고 현재도 운영하고 있다.

블록체인 업체가 생태계 조성에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마케팅 책임자로 영입했다는 것은 기업용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접근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가트너 심포지엄 엑스포에 블록체인 업체로 유일하게 전시부스를 차렸던 블로코의 행보도 이러한 전략에 기인한다. 신 CMO는 “블록체인은 기업 시장에 꼭 필요하고 앞으로 클라우드만큼 확산될 것이다. 다만 대기업의 블록체인 사업의 경우 현재 개념검증(PoC)가 많고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는 모바일 시장이 성장했던 추세와 유사하다. 이 시점에서 블로코를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신 CMO는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관리 솔루션 ‘에어와치’가 가상화 솔루션 글로벌 벤더인 VM웨어에 인수될 당시 직간접적으로 상황을 지켜본 경험 등으로 볼 때 시장 초반의 위치선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했다고 얘기한다. 그는 “에어와치가 스마트폰 확산 이전부터 행사 전시 등을 해 이름을 알렸는데 이후 인수되면서 모바일 시장에서 중요한 이슈가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동안 신재혁 CMO는 기업고객을 담당하는 업무를 해왔다. AT&T에서는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자사 망에 솔루션을 확보하기 위한 코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모토로라와 삼성SDS에서는 기업 솔루션을 단말기에 다수 적용하고 활용되게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에선 보안 플랫폼인 ‘녹스’의 고우투마켓을 위해 에코시스템 강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 자체도 아직 생소할 수 있고 시장 플레이어도 다양한 상황이다. 블록체인의 에코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지 그에게 물었다. 신재혁 CMO는 “현재 블록체인 비즈니스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일 대 일’ 영업이 보통이다. 하지만 ‘일 대 다’ 형식으로 가기위해 SaaS 방식이 필효하다. 블로코도 세일즈포스 등과 협력을 추진 중이며 미국에선 현지 채널 확보 및 SDK를 활용해 제품을 고도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의 블록체인 밋업 다녀보면 기술적으로 똑똑한 사람이 많고 아이디어도 뛰어나다. 다만 기업 영업을 해본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블로코에서 나의 역할은 기업 마케팅, 세일즈에 대해서 정리를 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정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또, 블록체인을 특별히 새로운 기술로 포장해 새로운 영업망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신 CMO는 “블로코의 제품을 전혀 새로운 기술이라기 보다 새로 나온 기업용 기술이라고 강조하려 한다. 기존 기업용 솔루션 시장의 프로세스 대로 진행해 적용 사례를 만들어 나가며 고우투마켓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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