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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M&A ‘알뜰폰’ 불씨 살리는 과기정통부, 통신3사 희비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꺼져가던 ‘알뜰폰’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심사에서 제외한 알뜰폰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는 CJ헬로를 독행기업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나,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추진해 온 과기정통부는 기준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통신3사 희비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SK텔레콤과 KT는 환영한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알뜰폰까지 품게 되면, 자회사 미디어로그에 이어 헬로모바일까지 2개 사업자를 운영하게 된다. 더군다나 KB국민은행과 알뜰폰 제휴까지 맺은 LG유플러스다. 정부 저지 없이 알뜰폰 영향력이 이동통신시장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반대로, LG유플러스는 불편하다. CJ헬로 인수를 추진하는 LG유플러스는 교차판매부터 알뜰폰 조항까지 빠진 공정위 조건부 승인으로 승기를 드는 듯 했으나, 과기정통부라는 산을 또 다시 넘어야 한다.

◆알뜰폰 정책 승패 달린 과기정통부=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인근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기본적으로 과기정통부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알뜰폰 이야기도 있지만 공정위와 과기정통부 기준은 사실 조금 다르다”며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시장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10년간 공들인 정책 중 하나가 알뜰폰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동통신시장의 경쟁활성화와 통신비 부담완화를 위해 알뜰폰을 도입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부처다. 2011년 알뜰폰 서비스 개시 지원방안부터 2012년 전파사용료 면제, 2013년 우체국 수탁판매에 이어 도매대가 인하, 도매제공 의무제도 등 각종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알뜰폰 1위 사업자 CJ헬로가 LG유플러스에 인수됨에 따라, 알뜰폰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과기정통부 정책 실패로 비춰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최 장관은 “과기정통부 알뜰폰 정책은 실패하지 않았고, 5G‧LTE 요금제 확대 등 요금감면 효과 등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며 “M&A 관련 우려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가 LG유플러스와 CJ헬로건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니, 심사 완료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이다. 알뜰폰을 중요하게 바라본다는 최 장관 발언에 힘이 실린다. 공정위가 CJ헬로를 독행기업으로 규정하지 않았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기준을 적용해 독자적인 심사를 하겠다는 의지도 더해지고 있어 일각에서는 분리매각 또는 이에 상응하는 조건이 나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과기정통부는 경쟁 정책을 중점적으로 심사하는 만큼, 공정위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인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지라도 과기정통부 심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과기정통부는 과거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 합병 심사 때 공정위 판단과 관계없이 알뜰폰 분리 매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CJ헬로는 알뜰폰 1위 기업이자 과기정통부 정책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며 “CJ헬로 알들폰이 통신사에 인수된다면 과기정통부 알뜰폰 육성정책을 폐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모순된 결정이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알뜰폰 놓고 대립, SKT‧KT vs LGU+=
이번 과기정통부 결정은 LG유플러스뿐 아니라 SK텔레콤과 KT에게도 중요하다. 알뜰폰시장에서 커지는 LG유플러스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인수를 반대해 왔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시장은 포화돼 있어 마케팅비를 아무리 투입해도 1% 가입자 변동도 어렵다”며 “KB국민은행 협력으로 가입자를 확대할 수 있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알뜰폰까지 가져간다면 알뜰폰시장에서 가입자 점유율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 다른 통신사들 매출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CJ헬로 알뜰폰은 SK텔레콤과 KT망을 사용하고 있다. CJ헬로 알뜰폰 가입자 78만명 중 KT향 회선은 6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SK텔레콤향이다. 경쟁사 알뜰폰 사업자를 위해 망을 빌려주는 셈이다.

또한, 통신3사에 맞서 저렴한 요금을 내놓고 소비자 혜택을 키우자는 알뜰폰 정책도 훼손된다는 주장이다. 2014년 KT는 KTIS, KT파워텔 알뜰폰 사업을 추진했으나, 정부가 불허했다. KT엠모바일을 알뜰폰 사업자로 등록하며 1 통신사, 1 알뜰폰사업자 정책을 시사해 왔다.

이 관계자는 “알뜰폰 분리매각을 하지 않는다면, 알뜰폰 지원책이 LG유플러스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라며 “LG유플러스 알뜰폰은 막강해질 것이며, 점유율은 반등할 수밖에 없을 것. 분리매각 또는 분리매각에 상응하는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인수로 증가되는 시장점유율은 1.2%p에 불과해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는 공정위 의견을 내세웠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통신사가 복수 알뜰폰을 자회사로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가 타사 가입자를 동의 없이 마음대로 전환 또는 유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오히려 KT, LG유플러스 복수망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확대되고 효용이 증대될 것. LG유플러스가 CJ헬로와 함께 다양하고 혁신적인 서비스와 판매채널을 마련해 경쟁을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2014년 과기부가 발표한 알뜰폰 활성화 방안 MVNO 등록조건에 따르더라도 CJ헬로 인수에 따른 MNO 알뜰폰 자회사 합산 점유율 상한인 50%에 한참 못 미치는 34%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 “CJ헬로 알뜰폰 과다한 조건 부과로 알뜰폰만 남을 경우 이를 인수해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사업자가 없어 KT‧SK텔레콤이 알뜰폰 가입자를 흡수해 수년 내 소멸할 수 있다”며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규모가 작은 알뜰폰 사업자가 CJ헬로 알뜰폰에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을 보탰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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