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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 "비현실적" Vs "옳은 방향" 팽팽한 대립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이하 SW산업협회)가 지난 17일 ‘소프트웨어(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 2019년 2차 개정판’을 공표하면서 IT업계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SW사업 대가산정은 SW산업협회가 조사하는 ‘SW기술자 임금실태조사’를 근거로 한다.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대다수 공공SW사업에서 예산수립, 사업발주, 적정대가 산정을 위한 기준으로 활용한다. 통상 1년에 한 번 개정돼 매년 5~6월께 발표되나 올해부터 ‘IT직무별 SW기술자 평균임금 공표’ 일정이 8월에서 12월로 변경되며 하반기에 한 번 더 개정됐다.

가장 큰 변화는 ‘등급별 평균임금’ 방식에서 ‘IT직무별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기존 학력, 경력 중심으로 나눴던 기술자 등급체계가 실무능력을 갖춘 인력에게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했다.

SW산업협회는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협회에 신고한 SW기업 중 통계청 컨설팅을 통해 전체 업계 평균을 산정할 수 있는 1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IT기획자 ▲IT컨설턴트 ▲정보보호컨설턴트 ▲업무분석가 ▲데이터분석가 등 28개 IT직무별 평균임금을 살핀 결과 2019년 전체 SW기술자 평균임금은 일평균 32만6717원이었다. 전년비 7.7% 상승한 수치다. 이는 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하는 모든 경비로 기본급, 제수당, 상여금 외에도 퇴직급여충당금, 법인부담금 등의 비급여성 항목도 포함됐다.

SW산업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를 2차 개정판을 공표했다. 직무별 평균임금과 상·하위 20% 구간 금액을 표기해 기존 등급제에 익숙한 SW산업 현장에서의 적용 어려움을 덜었다.

등급제 역시 완전히 폐지된 것은 아니다. 2021년까지 등급제를 활용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뒀다. 2022년 예산안부터는 완전 폐기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를 반기는 목소리와 비판하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평균임금이 실제와 맞지 않다’, ‘비현실적인 가이드다’ 등의 비판과 ‘옳은 방향으로의 변화’라는 응원이다.

SW산업협회가 조사하는 평균임금은 개발자가 받는 실제 임금과는 거리가 멀다. 기본급 외에 야근 및 휴일 수당과 퇴직급여충당금, 법인부담금 등까지 포함돼 있다. 실제 SW기술자가 받는 평균임금은 조사된 것의 60~70%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협회가 발표하는 자료는 실제 SW기술자가 받는 임금이 아니라 수주 기업이 발주 기업에 제시하는 노임 임금표”라며 “SW 사업비 산정을 위해 만드는 통계 자료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현실과 다른 임금에 박탈감을 느낄 때가 많다”며 사업비 산정을 위한 자료와 별개로 현실적인 SW기술자의 평균임금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SW사업 발주를 하는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발주를 할 때는 이미 예산을 확정한 뒤 조달청에 등록한다. 그 금액에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하는 수주 기업들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가이드에서는 발주처와 수주 기업과 ‘협의’를 하라고 명시돼 있다. 협의를 하더라도 계약 금액이 늘어날 수 없는 나라장터 특성상 현실적이지 않은 가이드”라고 지적했다.

공공사업의 경우 기업과 논의해 개별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한다. 나라장터에 등록할 때 이미 사업 목적 및 예산을 확정했는데, 기업과 협의한다고 해서 금액이 늘어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가이드 개정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SW업계 관계자는 “물론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등급제에서 벗어났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관련 체계를 잘 잡아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발주자가 사업 제안 요청서(RFP) 단계부터 투입 인력을 요구하는 ‘헤드카운팅’은 국내 SW산업의 발전을 막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SW기업이 요구하는 개발능력을 갖추고도 인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수주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SW산업협회 관계자는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는 공공 SW사업의 합리적인 대가산정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SW개발자의 노동이 존중받고 SW기업이 제값을 받는 환경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IT직무별 평균임금 산정을 통해 개발자의 숫자에 집중하던 과거 헤드카운팅 관행에서 벗어나 직무와 업무량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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