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전문가기고] 강경한 미국의 對이란 제재, 더 엄중해진 '글로벌 AML' 대응

박기록
글: 알앤씨글로벌 정혜수 지사장(사진)
RNC Global Inc. Jude Jung/ AML Consultant, Risk Assessment Specialist/ ACAMS

- 글로벌 제재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필수저장후 닫기
- 글로벌 제재(Global Sanction) 전문가 필요
- 제재 준수 관련 리스크 평가(Risk Assessment) 필수

최근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군사시설 폭격, 대사관 급습 등의 무력 충돌과 이란 중앙은행, 이란 최고지도자 제제 등의 최고 수준의 경제제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과 이란의 대치에 대한 배경을 알아보고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대응법을 모색해 볼 시기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4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이슬람에서 기존 친미성향의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혁명군이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에서 미국 외교관을 포함한 55명의 사람들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억류 시키면서 반미국가로 돌아서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의 외교관계가 단절되고 끝 모를 갈등의 장이 열렸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이미 1984년 미국이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이란제재법(ISA)을 만들어 이란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조치와 더불어 외국 은행이 이란에 자금을 빌려주지 못하도록 했다.

이어 1995년 클린턴 정부 때는 이란과의 모든 무역거래를 중단했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5년에는 이란의 핵개발 착수로 제재가 더욱 강화됐다. 그리고 2010년에는 포괄적이란제재법(CISADA) 즉,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의 제재 및 이란과의 무역에서 달러 거래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이 발효됐다.

35년의 지난한 갈등 이후,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협상(JCPOA)이 최종 타결됐다. 이란의 핵개발 시도가 폭로되어 핵위기가 시작된 지 13년 만의 일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개발 의심 시설, 군대 사찰이 진행되었고, 마침내 2016년에 제재가 해제됐다. 이때 세컨더리 제재의 해제로 원유 생산, 수출 회복으로 이란은 12.5%에 달하는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훈풍은 오래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이란 핵합의(JCPOA) 준수 미인증을 선언하며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JCPOA) 탈퇴를 결정했다. 같은 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경제제재 재개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1, 2차 경제제재를 복원시켰다.

이에 이란은 2019년 핵 합의 이행 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했고, 다시 미국은 대이란 최고 수준의 제재를 발효시켰다. 여기에는 이란의 중앙은행, 이란의 국부펀드 제재가 포함돼 새로운 상황이 펼쳐졌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이 미국의 군사시설을 폭격하고, 미국은 이란의 최고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를 표적 사살하는 등의 무력사태로 치닫았다. 이란은 다시 미군 기지를 미사일 공격했고, 미국은 군사작전이 아닌 ‘살인적 제재로 이란 정권이 변화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발표해 긴장 관계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을 암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고 앞으로도 한동안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이란 교역량이 많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살펴보면, 우선 2010년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달러 대신 원화를 이용해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방안을 승인받아 ‘원화결제시스템’이 도입했다.

원화결제시스템이란 이란 중앙은행(CBI)이 우리나라의 기업은행, 우리은행에 원화계좌를 개설해 양국 간의 무역 대금을 원화로 결제하고, 대금을 기업은행, 우리은행의 원화계좌에 예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2018년10월 미 재무부(OFAC)는 한-이란 원화결제은행 중 하나인 멜랏(Mellat)은행을SDN(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리스트에 추가하고, 2019년 5월 미국의 한국에 대한 대이란 제재 예외 인정기간 연장을 불허해 원화결제시스템마저 운영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이란의 원유수출대금과 한국기업의 수출대금이 모두 미지급 상태로 묶여 있으며, 대이란 수출 대상의 50%가 중소기업임을 감안하면, 기업입장에서 심각한 자금난이 아닐 수 없다. 미지급금은 2020년 1월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로 한-이란 경제관계부처회의가 진행중이다.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의 한국기업에의 여파를 정리해 보면, 세컨더리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 할지라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을 겪게 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대이란 교역규모 감소, 이란 시장 점유율 급감, 이란 측과의 신뢰 관계 유지 곤란 등의 연쇄적 문제가 만들어지는 양상이다.
한국의 금융회사 역시 매우 긴장된 상황에 놓여있다. 이란과의 교역량에 따른 영업활동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금융권에서의 절대적 위상과 교역량을 고려하면, 이란과의 거래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제재대상인 이란 정부, 기업 및 개인과의 거래 시에 미국 금융회사와의 거래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란 관련 거래는 강화된 모니터링하여 수행해야 한다.

이미 원화결제가 중단되고 미국의 대이란 추가강경제재를 발표한 상태에서 이란과의 교역량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으로 급감했으나, 여전히 불안의 씨앗은 안고 있다. 국내 체류중인 이란 유학생 및 근로자를 비롯해 인도주의적인 교류의 문제가 잔존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회사는 2018년 재개된 이란제재 준수와 더불어 2020년 추가 제재 대상인 건설, 제조업, 섬유, 광산업을 거래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 사무총장 알리 샴커니를 포함한 SDN 리스트에 오른 이란 당국자들 또한 추가 스크리닝해야 한다. 거래의 목적인 생활비, 유학자금 및 인도주의적 지원이라 할지라도 거래 대상자를 철저히 모니터링해 사고를 방지해야 할 것이다.

인도주의와 기존 고객 유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기반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생존하는 것이다. 위험을 관리하고 불확실성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첫번째로 글로벌제재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며, 제재 전담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시스템과 인력으로 기본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수행하면서, 외부에서 도입한 시스템과 잔존 리스크에 대한 평가를 받아 위험관리 환경을 최적화하고 동시에 관련 사항을 문서화해 미래에 잠재되어 있는 위험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규제변화와 새롭게 직면한 거래 상황 속에서 자의적 판단을 삼가고 금융감독원, OFAC, FinCEN, UN 등의 당국기관에 질의응답을 거치고, 해당 내용을 문서화한 후에 거래를 진행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혹은 여러가지 관련 시나리오에 관한 사전 리포트를 제공해주고, 리스크를 평가하며, 대응해주는 전문업체와 협업하는 것 역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약 4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의 제재가 미치는 영향은 과거 그 어느때보다 강력하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막히고, 원화결제가 중단됐으며, 세컨더리 제재가 가동 중이며,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의 대이란 우회거래 관련 모니터링이 강화된 상태다.

연초에 발표된 FinCEN의 업무 위선순위(FinCEN’s key priorities in 2020)에 해외수사본부(Global Investigations Division)에서 미국외 권역의 수사가 최상위에 포진되어 기존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 수사 및 징벌이 예상된다.

관련하여 지난 2012년 이란제재위반 혐의로 HSBC 은행에게 한화 약 2조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사건을 떠올려보면, 앞으로의 제재위반 징벌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긴장과 혼란 속에서 효과적인 AML 시스템 구축, 전문인력 확보와 위험 평가 체계 도입의 선순환을 통해 안정적 영업환경 영위를 위한 각 금융회사와 해외거래 기업들의 노력들이 절실하다. <끝>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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