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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백과] ‘메기효과’ 새 판 짜는 알뜰폰

최민지
이동통신사의 망을 도매로 사들여 재판매하는 알뜰폰 서비스가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다. 알뜰폰은 포화된 시장임에도 불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선택약정할인, 보편요금제 추진 등 통신사들의 저가 요금제가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알뜰폰은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국민은행의 시장진입,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5G 서비스 등으로 알뜰폰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알뜰폰 백과’ 기획을 통해 알뜰폰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향후 미래를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위기의 알뜰폰이 달라지고 있다. 통신3사 자회사와 중소기업 위주로 편성된 알뜰폰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KB국민은행이라는 강력한 사업자가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자, 경쟁이 촉발됐다. 여기에 더해 LG헬로비전이 탄생하면서, 1 MNO(통신사) 1 MVNO(알뜰폰) 정책도 깨졌다. 판이 바뀌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월 알뜰폰은 번호이동시장에서 22개월만에 승기를 잡았다. 알뜰폰에서 통신3사로 번호이동한 가입자 수는 4만8878명,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수는 5만2827명으로, 3949명 순증을 이뤘다. 통신3사별로 보면 SK텔레콤에서 872명, KT 1146명, LG유플러스 1831명을 뺏어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은 통신3사가 마케팅비용을 줄이고 보조금경쟁을 지양했던 시장상황도 한몫했다. 통신3사가 과열경쟁을 피하고 시장안정화를 꾀하자, 소비자들은 알뜰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요 알뜰폰 사업자 간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저렴한 통신요금을 찾는 기존 통신사 고객이 알뜰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기회가 된 셈이다..

현재 알뜰폰 시장은 치열한 요금경쟁을 펼치고 있다. 월 2만원대 LTE 무제한 요금제가 알뜰폰 업계에서 등장했고, 이는 통신사 요금제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기존 알뜰폰 요금제와 비교해도 1만원가량 싸다. 이뿐 아니라 KB국민은행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리브M)’은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워 고객 대상을 확대하면서 홍보효과까지 극대화하고 있다.

이베스트증권 김현용 연구원은 “알뜰폰 사업자들이 공격적으로 요금제를 출시하고, 프로모션을 연장하면서 알뜰폰시장 전반의 붐업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올해 알뜰폰 가입자 수는 전년대비 35만명 순증한 810만명으로 예상되며, 우상향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는 KB국민은행 역할이 주효했다. 현재까지는 메기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KB국민은행은 막강한 자본력을 내세우면서 수익 창출에 대해서는 사실상 포기했다. 사전 출시행사 당시 허인 국민은행장은 “첫 해 투자비가 많아 통신비에서 손실이 많겠지만,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이익은 고객에게 돌려주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리브엠이 내세운 LTE 무제한 요금제는 시장에 반향을 불러왔다. 이 요금제는 월 2만2000원에 월 11GB 제공량 소진 후 일 2BG 제공, 이후 3Mbps 속도 제한으로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반값할인 프로모션에 기존 알뜰폰 사업자 에넥스텔레콤도 월 2만900원, 월 1만6500원 LTE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이며 대응하기 시작한다.

최근 리브엠은 반값할인 프로모션을 한 달 연장하고, BTS 유심까지 출시했다. LG헬로비전을 비롯해 통신사 알뜰폰 자회사들도 프로모션 기간을 한 달 연장하고, 공격적으로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더군다나, KEB하나은행‧교보생명 등 금융권에서 알뜰폰 사업을 눈여겨보면서 SK텔레콤‧SK텔링크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대형 사업자가 알뜰폰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LG헬로비전도 주목해야 한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인수하면서, 알뜰폰사업 ‘헬로모바일’도 함께 품게 됐다. 헬로모바일은 알뜰폰시장 1위 사업자라 분리매각 이슈가 있었으나, 정부에서 이를 수용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자사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에 이어 LG헬로비전 헬로모바일까지 보유하게 됐다. 다시 말해, 경쟁사도 다수의 알뜰폰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LG유플러스가 5G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매대가를 인하했기 때문에 LG헬로비전은 5G 알뜰폰 가입자 확보를 통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높이는 한편, 1위 사업자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 시장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LG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 수를 전년대비 10만명 순증한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 또한 알뜰폰을 지원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수차례 강조해 왔다. LG유플러스와 KT는 5G망 도매대가를 66%까지 인하했으며, SK텔레콤도 정부 방침에 발맞춰 관련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정부는 알뜰폰을 통해 3만원대 5G 중저가 요금제를 우선 출시한 후 통신3사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알뜰폰 망 도매제공 의무화 법안도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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