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알뜰폰 백과] 알뜰폰 10년…제2의 전성기 노린다

채수웅
이동통신사의 망을 도매로 사들여 재판매하는 알뜰폰 서비스가 등장한지 10년이 지났다. 알뜰폰은 포화된 시장임에도 불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선택약정할인, 보편요금제 추진 등 통신사들의 저가 요금제가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알뜰폰은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국민은행의 시장진입,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5G 서비스 등으로 알뜰폰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알뜰폰 백과' 기획을 통해 알뜰폰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향후 미래를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MVNO) 역사는 길게 보면 KT가 자회사 KTF(한국통신프리텔)의 PCS 서비스를 재판매 서비스 한 것부터 볼 수 있다. 1999년부터 시작했으니 국내에서의 MVNO 역사도 꽤 오래됐다.

단순 재판매가 아닌 망 의무제공사업자 지정 등 법적 근거와 정부의 정책이 맞물리며 여러 사업자가 뛰어든 MVNO 사업은 2010년부터 본격화됐다. 2009년말 이동통신 재판매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2010년 6월 SK텔레콤이 망 의무제공 사업자로 지정됐다. 케이블TV 방송사를 비롯해 세종텔레콤 등 중소통신사들도 속속 사업참여를 선언했다. 이동통신 3사 역시 자회사들을 앞세워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초 정부는 이통사 자회사들의 시장진입에 반대했지만 막을 법적 근거가 없었다. 당시 위성DMB 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SK텔링크의 의지가 상당했다.

현재의 알뜰폰이라는 이름과 함께 다양한 중소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한 것은 진 것은 2012년을 전후한다. 당시에는 장롱에서 잠자고 있는 중고폰을 활용해 통신비용을 절감하자는 취지의 성격이 강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공모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낯선 MVNO 대신 알뜰폰이라는 애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애칭으로 도입된 알뜰폰은 지금까지 MVNO 서비스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알뜰폰이라는 명칭이 너무 저렴한 가격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2018년 업계가 새이름을 찾으려 공모전까지 진행했지만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했다.

알뜰폰 초기 시장을 리드한 사업자는 현재 LG 식구가 된 LG헬로비전이다. 원래는 CJ 식구로 CJ헬로비전에서 CJ헬로, 지금은 LG헬로비전이 됐다. 영화, 외식, 제빵, 유통 등 CJ그룹의 역량과 결합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이통사 자회사들을 제치고 부동의 업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업계 1위 뒷면에는 적극적인 마케팅 정책으로 한때 누적적자가 1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한 것은 우체국이었다. 우정사업본부는 2013년 우체국 알뜰폰 수탁판매를 시작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던 중소 알뜰폰 업계에는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저렴한 요금제에 접근성이 용이한 우체국의 결합 파급력은 상당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가족결합, 유무선 결합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 한 후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 선택약정할인, 차상위계층 요금인하 등이 맞물리면서 우체국 알뜰폰 경쟁력도 예년만 못하게 됐다. 2016년 36만9291건을 기록했던 우체국 알뜰폰 판매량은 2017년 10만8248건, 2018년 7만6815건, 2019년 상반기 3만7787건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알뜰폰을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제4이동통신사다. 7번의 시도에도 불구,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4이통사들에 도전했던 사업자들 모두 MVNO 사업을 비즈니스 모델로 내세웠다. 망제공 사업자인 통신3사의 경우 전략적으로 중저가 요금제의 경우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고가 요금상품 등 자사의 핵심 비즈니스에 알뜰폰 진출을 원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전폭적인 알뜰폰 지원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망 도매제공을 핵심 비즈니스로 내세운 제4이통사가 등장했다면 현재 알뜰폰의 경쟁력은 한 층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알뜰폰은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급격히 꺾이는 모습이다. 5G 상용화로 인한 이통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유무선 결합의 보편적 가입형태, 업계 1~2위인 CJ헬로와 SK텔링크의 소극적인 마케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CJ헬로가 LG유플러스에 인수되며 LG헬로비전으로 이름을 바꾼 후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고 국민은행이라는 거대 사업자가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2020년 들어 알뜰폰 시장도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그동안 통신사에게 가입자를 뺏기기만 했던 알뜰폰은 지난 2월 1년10개월만에 처음으로 통신3사 가입자를 모두 뺏어오는 데 성공했다. 이동통신에 5G라는 새로운 세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가운데 알뜰폰도 2020년 제2의 전성기를 열수 있을지, 일단 시작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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