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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유망기업탐방] 디스플레이 ‘한류’ 열풍 이끄는 인베니아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넘보고 있다. 국내 장비업체에는 호재다. 자국 고객사 외에 매출처 확보가 가능한 덕분이다. 실제로 주요 장비들을 우리나라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다.

최근 방문한 인베니아의 경기도 성남 본사에는 출고를 기다리는 장비로 가득 찼다. 대부분 BOE, HKC 등 중국 고객사를 위한 물량이었다. 인베니아 관계자는 “중국 관련 매출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납품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아서, 장비들이 스탠바이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베니아의 주력 장비는 건식식각장비(드라이에처)다.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주도하던 분야다. 디스플레이용은 인베니아·원익IPS, 반도체용은 테스 등이 드라이에처 국산화에 성공했다.

드라이에처는 박막트랜지스터(TFT)를 만들 때 사용된다. 트랜지스터는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밸브 역할을 한다. 디스플레이는 빛을 투과해야 하기 때문에 유리 기판 등 투명한 소재를 활용한다. 트랜지스터를 얇은 필름 형태인 박막으로 만드는 이유다. TFT는 레드·그린·블루(RGB) 서브 픽셀에 위치, 픽셀을 구동한다.

TFT에는 반도체로 이뤄진 전자회로 구성요소다. 반도체 공정처럼 회로 패턴을 새기고, 깎는 과정이 필요하다. 드라이에처는 TFT의 회로가 형성된 후 불필요한 부분을 식각하는 장비다. 식각은 습식(Wet Etching)과 건식(Dry Etching)으로 나뉜다. 습식을 특수 용액으로 식각할 부분을 녹이는 방식이다. 속도 빠르고, 공정이 단순하다. 다만 액체 특성상 조절이 어려워 미세공정에 불리하고, 화학물질 오염 우려가 있다. 습식은 가스를 활용, 미세 패터닝이 가능하다. 습식과 달리 건조도 불필요하다. 공정 미세화로 건식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인베니아의 드라이에처는 3개의 진공 챔버로 이뤄진다. TFT가 올라간 유리 기판을 챔버에 넣고, 식각용 가스를 주입한다. 이후 전기 에너지를 공급해 플라즈마로 만들면, 이온들이 회로 물질의 원자들 간 결합을 끊어 식각하는 방식이다. 플라즈마는 기체가 초고온 상태로 가열돼 전자와 양전하를 가진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다.

인베니아 관계자는 “장비 1개를 만드는 데 6개월 정도 걸리고, LCD와 OLED 공정 모두 호환된다”며 “주로 대형 디스플레이용 장비를 공급해왔는데, 중소형도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베니아는 8세대(8G) 이상에 특화된 장비를 양산한다. 즉, TV용 패널 라인에 투입된다는 의미다.

주고객사는 LG디스플레이와 중화권 업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1위, 중화권 업체 중 BOE는 LCD 1위다. 인베니아는 범LG가(家) 회사다. LG디스플레이와 관계가 깊은 이유다. 기존 LG디스플레이(13%)와 LG전자(5%)의 인베니아 지분은 약 18%였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자금 확보 등의 이유로 인베니아 주식을 매각, 현재는 LG전자의 5%만 남았다. 이를 계기로 인베니아는 LG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추고, 매출처 다변화에 나설 계획이다.

인베니아는 드라이에처 외에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장비(PECVD), OLED용 봉지장비를 위한 열가압합착기, 자동광학검사기(AOI) 등도 생산한다. PECVD는 반응시킬 기체를 주입하고, 높은 전압을 걸어 플라즈마 상태로 만든다. 봉지(Encapsulation)는 유기물을 산소, 수분 등에 보호하기 위한 공정으로 OLED 핵심이다. 인베니아는 이를 돕는 장비를 제공한다.

검사기 분야는 지난해 자회사인 인베니아브이를 흡수합병, 향후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물론 2차 전지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패널 이물질을 점검하는 다기능 필름검사기와 배터리 외관검사장비 등이 있다. 인베니아 관계자는 “자체 광학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춰, 검사기 등 응용 분야가 상당하다”며 “회사에서는 레드오션보다는 블루오션을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한편 인베니아는 지난해 중국 물량을 늘리면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업체의 관행상 장비 비용 지급일정이 늦어지는 탓이다. 올해 들어 단기차입금을 해소하면서, 관련 문제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다. 인베니아 관계자는 “지난해 디스플레이 투자가 적었지만, 올해는 다시 수주가 늘면서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며 “TV 대형화도 회사에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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