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 메모리는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등 다수의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와 SMIC를 비롯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들이 있는 시스템도 성장세다. 디스플레이는 BOE·CSOT·비전옥스 등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를 공략 중이다.
중국 반·디 업체의 성장세는 국내 장비업체와 맞물린다. 중국에는 아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시장을 선점한 우리나라 장비를 많이 활용한다. 문제는 중국과 거래하는 업체들이 겪는 고충이다. 중국 업체 특성상 비용 납기를 지키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장비업체 입장에서는 고객사가 낸 돈으로 다시 장비를 만들어야 하는데, 계약금 납부가 지연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한 고객사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어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현금 조달에 나선다. 이렇게 되면 사업 계획, 현금 흐름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다. 계약 기간이 길어지면, 중국 업체는 단가 깎기에 돌입한다. 제품 품질에 트집을 잡거나, 환율 변동 등의 이유로 지급해야 할 금액을 줄이는 방식이다. 기술 유출 우려도 존재한다. 이를 근거로 국내 대형 고객사들은 협력사의 중국 진출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국 장비사에 중국은 기회의 땅이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제조사별 협력사가 정해져 있어, 매출처 다변화가 어렵다. 특정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 해당 업체의 투자 계획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기도 한다. 지난해는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설비 투자가 적어, 협력사들의 매출도 부진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꾸준했다. 중국 고객사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국산화는 지속 강조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기업들도 국내 협력사와의 협업을 늘리는 추세다. 정부 역시 소부장 관련 예산을 늘리는 내재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다만 소부장 업체들은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소부장 업체의 성장에는 연구개발(R&D)이 필수다. 이는 실적과 직결된다. 삼성·SK·LG 등이 국산 비중을 높여가겠지만, 지속성을 고려하면 한계가 있다. 결국 중국 업체들을 공략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제조건에는 정부 차원의 소부장 업체 보호 및 지원이 있어야 한다. 국내 고객사도 협업을 이어가면서, 실적 개선을 도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