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익명 가능해진 비조치의견서, 비금융사 제약 없어진다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4월 16일부터 법령해석·비조치의견서를 익명으로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법령해석 및 비조치의견서는 금융회사가 수행하려는 행위 등에 대한 법령적용 및 제재여부 등이 불확실할 때 금융당국이 관련 해석 및 제재조치 여부를 적극적으로 답변해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제도다.

이전에는 실명(회사·대표명 등 기입)으로만 신청이 가능했으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감독당국이 알게 되는데 따른 부담 때문에 금융회사가 신청을 기피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령해석·비조치의견서는 금융사의 IT부서에서는 애증의 기억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 금융보안이 강화된 농협사태 이후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법적 확인(?)을 받으려는 현업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IT부서의 이용이 늘기도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재택 및 분산근무 확산에 ‘망분리’ 제도가 걸림돌이 되자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 감염 직원의 자택 격리 상황 발생 가능성 등에 대비해 2월 7일 부터 일반 임직원도 원격접속을 통한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을 금융투자협회, 씨티은행 등에 대한 ‘비조치의견서’ 회신으로 명확히 하기도 했다.

이러한 법령해석·비조치의견서가 익명으로 전환되면서 법령해석·비조치의견서를 통한 문의가 증가할 것인지 주목된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는 물론 핀테크 업체들을 대상으로 법령해석·비조치의견서를 접수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개방을 상징하는 오픈뱅킹이 본격화되고 하반기에는 마이데이터 라이선스가 발급되는 등 금융과 타 업권과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법령해석·비조치의견서를 통해 사업 가능여부를 확인하려는 빈도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특히 금융당국은 비금융사업자의 경우 법령해석·비조치의견서 접수를 선택적으로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금융사업자는 신청 내용이 금융위가 해석할 수 있는 범위인지 등을 파악해 선택적으로 답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으로 전환될 경우 비금융사업자도 법령해석·비조치의견서 접수가 가능해져 사실상 비금융사에 대한 장벽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질의건수가 급격히 증가해 금융당국의 업무에 비효율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말까지 법령해석 총 2,033건, 비조치의견서 총 1,322건 신청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불성실한 질문에 대해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을 확충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 하반기 금융규제민원포탈 고도화가 예정돼 있는데 체크 리스트 등을 통해 질문을 사전 검토해 누락된 항목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재질문 하도록 회신하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익명 신청이 얼마나 될지 아직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봐 가면서 보완사항을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법령해석·비조치의견서에 대한 금융당국의 응답이 금융사의 절실함(?)에 비해 너무 늦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금융회사가 법령해석·비조치의견서를 금융당국에 접수해도 빠르게 회신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에 익명조치를 통해 오히려 업무 과부하로 답신이 더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기왕 익명조치에 나선 만큼 금융당국은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춰 빠른 답신도 가능하도록 많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금융사, 비금융사들도 법령해석·비조치의견서 요청을 남발해선 안될 것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가지고 서비스를 해 나가되 법령해석·비조치의견서를 자신들의 서비스에 대한 담보 차원에서, 또는 확인받기 위한 요식행위로 가져가는 것 보다는 주체적인 판단과 서비스가 필요해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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